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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고이즈미 신사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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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고이즈미 신사 참배

입력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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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금 제동 안걸면…” 초강경

한일 관계가 최악의 냉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청와대는 연말 일본에서 개최키로 했던 한일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경 카드를 내놓았다. 정상회담 취소 검토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장은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 “(일본의 패권주의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말했을 때보다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2001년 집권 이후 5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지만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취소 방안까지 꺼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가질 때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중단을 계속 요구했지만 “중단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경고를 한 적은 없다. 그만큼 이번 신사참배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게 청와대와 외교부의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야기된 국론분열 상황을 덮기 위해 신사참배 문제를 의도적으로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청와대는 “당치않은 자해적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핵심관계자들은 이런 정치적 해석에 대해 “일본의 정세 변화를 주시하라”고 말한다. 고이즈미가 최근 내각 해산 후 실시한 총선에서 압승한 뒤 일본의 패권주의 움직임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고 그 첫 시도가 야스쿠니 참배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확실하게 제동을 걸지 않으면 고이즈미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패권주의적 행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또 한일간에 일반 전몰자만을 위한 제3의 추도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 거론돼왔음에도 고이즈미 총리가 우회로를 택하지 않은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노 대통령도 집권 초반에 “과거사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식으로 화해 제스처를 보냈는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전혀 화답하지 않고 거꾸로 가는데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야스쿠니 참배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겠지만 우리 정부의 강경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갈등과 대립만 할 수는 없다.

한일 양국관계는 장기간 전면적인 대립을 하기에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너무 얽혀있는 일들이 많다. 따라서 양국이 한차례 거센 대립의 홍역을 치르면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겪은 이후에는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참배 배경·日반응

고이즈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한 것은 표면적으로 총선에서의 압승과 우정개혁법안의 성립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야스쿠니의 정례 가을 대제 첫날에 참배를 강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APEC, 연말께 한국 및 중국 양국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일찍 참배 공약을 지키는 게 외교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설명은 고이즈미 총리 개인의 고집,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다. 참배는 예상된 일이었다. 그가“적절하게 판단하겠다”면서도 참배강행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측근인 야마사키 타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도 “총리는 꼭 참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참배의 모양새를 다르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평상복 차림으로, 일반인이 참배하는 배전(拜殿)을 찾으므로써 사적인 참배임을 강조했다.

일본 신도의 참배 형식을 피했으며, 참배 후 기자단에게 자신의 소감을 설명하는 것도 생략했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사적인 것이며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라는 점을 이웃 국가들에게 이해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계산과는 달리 이번 참배 후의 논란은 클 것이라는 관측이 일본 내에서도 우세하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 등 그 동안의 외교적 피해 때문에 이번에는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물론, 자민당 중진들도 참배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웠다. 또다시 일본 외교고립이 심화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의 1인 독주 노선 때문에 나라가 멍든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당장 일본 상공회의소 등 재계에서는 “한일, 한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므로 관계개선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 사이에선 정치적 압승을 거둔 고이즈미 총리가 공명심에 빠져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개인적인 체면 만을 중시했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사전에 통지마저 받지 못해 속이 끓고 있다.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는 “총리가 왜 참배를 했는지, 또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도 “민주당은 전몰자 추도 등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무종교 전몰자 국립묘지의 창설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참배는 또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위헌이라는 오사카(大阪)고등법원의 지난달 판결을 무시한 것이어서 사법적 차원의 논란도 예상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中 "우주인 귀환한 날에…" 격앙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중국은 어느 때보다 격앙된 분위기다. 종전 60주년인 올해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예년보다 훨씬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더욱이 이번 참배는 올 봄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일 군중 시위가 벌어진 뒤의 일이다.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꾸준하게 견제하면서 관계개선을 모색해온 만큼 분노가 더 커보였다. .

이런 분위기는 왕이(王毅) 주일대사가 17일 발표한 성명에도 녹아 있다. 그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6호의 귀환성공에 따른 경축분위기와 일본에 대한 분노를 뒤섞었다. 야스쿠니 참배문제를 이제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민감정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왕 대사는 “이날은 선저우 6호의 귀환이 성공한 날인데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전 중국 인민들의 엄중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고이즈미는 역사적 책임을 외면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리자오싱(李肇星)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엄중 항의했다. 중국측은 아직 구체적인 대일 제재조치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당장 23일로 예정된 중일 외무장관회담부터 취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도 4월 자카르타에서 고이즈미를 만나 참배중지를 요구했었고 원자바오(溫家寶)총리도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 “일본은 역사 공부를 더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중일 전략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차관와의 정책회담을 15일에는 반나절이나 늦게 시작한 데 이어 16일에는 아무런 연락 없이 회의 자체를 열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는 고이즈미 총리의 움직임을 감지한 중국측의 견제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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