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위원장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장)는 17일 회의를 열어 그 동안 사회 각계에서 추천한 대법관 후보 30여명 가운데 9명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적격 후보로 추천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3명을 뽑아 퇴임한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의 후임으로 20일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제청된 3명의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다음달 중순 임명된다.
9명의 후보들을 구성별로 보면 현직 법관이 7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서울대 법대 출신이 7명으로 역시 대세를 이뤘다. 변호사와 대학교수가 각각 1명씩에 여성도 1명 포함됐다.
대법원 핵심관계자는 제청자문위는 심사 과정에서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대전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재야출신 등 소수자 발탁론이 적극 고려됐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박시환 변호사가 최종 제청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판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소신있는 판결을 다수 내놓았고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 법원 개혁을 요구하며 사표를 냈기 때문에 그동안 시민단체 등의 적극 지지를 받아 왔다.
판사 출신이자 민법 전문가인 양창수 서울대 교수는 학계 대표로,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여성 대표 격으로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들은 내년 대법관 인사 때로 발탁이 미뤄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부인사 심사에서는 재판능력과 내부평가가 주요 기준으로 적용됐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추천대상자의 과거 판결기록과 내부 평가를 광범위하게 수집,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험 많은 고위 법관 가운데는 사법시험 14회 동기인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홍훈 수원지법원장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대 출신 만으로 대법관이 구성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서울대 출신이 최종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말 배기원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만 남게 된다. 비서울대 출신으로는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과 손용근 법원도서관장이 있으나, 참신성 등을 고려할 경우 후보 가운데 가장 젊은 김 연구법관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는 평이다.
대법원은 또 그동안 대법관이 겸직해 온 법원행정처장을 법원 내 행정전문가에게 맡기기 위해 이번 대법관 제청에 맞춰 행정처장 대행 체제로 별도의 고위 법관을 함께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최종 제청후보에 탈락한 분들은 내년 인사에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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