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국가통계를 전면 수술하겠다고 한다. 주요 정책 입안 및 평가의 지침이자 나침반이 돼야할 통계가 작성기관의 난립과 전문성 부족, 임의적인 조사 잣대와 자의적 해석 등으로 인해 신뢰를 잃고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가통계를 작성하는 곳은 중앙기관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137곳에 이르며 여기서 500여종의 통계를 생산한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이들의 품질을 예비점검한 결과, 100개 이상의 통계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나머지도 크고 작은 손질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통계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 것은 행정자치부가 7월 “총 인구의 상위 1%가 국내 사유지의 51.5%를 갖고 있다”며 밝힌 ‘토지소유실태’ 통계다. 작성과 공표 때 통계청 승인 및 협의를 거치도록 한 통계법을 무시한 이 통계는 갓난 아기까지 인구에 포함시켜 토지보유의 편중을 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전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직업별 월평균 임금’은 현실을 호도한 예로 꼽힌다. 5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변호사 487만원, 의사 471만원 등이었다는 내용은 누구나 의문을 가질 법한데도, 당사자들의 일방적 얘기만 듣고 큰 뉴스인 양 공표한 것이다.
또 행자부ㆍ건설교통부ㆍ국세청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2주택 보유자와 주택보급률 자료를 발표해 오해와 혼선을 낳고,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역시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포괄범위 차이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익히 아는 일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100여개의 통계는 대부분 하급단체의 보고를 그대로 취합한 것이어서 용도폐기까지 거론된다.
통계청은 우선 통계전담조직이나 통계청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부실통계를 남발하는 기관의 통계작성권을 박탈하고 개별 통계의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 좋지만 ‘정권 줄서기’나 ‘밥그릇 다툼’, 혹은 전시(展示) 행정의 수단으로 통계를 남용하는 못된 관행부터 척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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