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최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상위권에 입상, 천재소녀의 화려한 등장을 알리는 듯 했던 미셸 위가 프로 데뷔전에서 어이없이 실격을 당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프로 전향 계약금으로 전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소녀 스포츠 재벌스타’로서는 최악의 불운을 겪은 셈이다.
미셸 위가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디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최종 성적은 8언더파 280타. 실격을 당하지 않았다면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성적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LPGA 상금랭킹 10위권 안팎의 최정상급 선수만 출전한 대회라는 점에서 새내기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상급 성적으론 손색이 없다.
비록 이번 대회 성적은 무효처리 됐지만 4일간 미셸 위가 보여준 장타력과 파워풀한 샷, 그리고 눈에 띄게 향상된 쇼트게임 능력은 프로무대에서도 언제나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기량이라는 것을 입증해 줬다.
특히 이미 검증된 그의 장타력은 역시 남자 무대에서도 통할만큼 정상급임을 확인시켜줬다. 이번 대회에서도 미셸 위는 다른 선수들 보다 20~30 야드는 더 멀리 쳤고 때론 3번 우드로 드라이버를 사용한 선수보다 앞서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그린 주변에서 볼을 처리하는 쇼트게임 능력도 약점 중 하나로 꼽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놀랄만큼 정교해졌다. 그러나 종종 집중력을 잃어버려 짧은 거리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퍼팅 실수와 느린플레이로 리듬을 깨는 등 경기 운영 미숙은 하루 빨리 개선해야 될 점으로 지적받았다.
어쨌든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어떤 선수보다 관중 동원 능력이 뛰어난 흥행카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매일 수백여명의 갤러리가 따라 붙을 정도의 관중 동원 능력은 실력 외에 파워 넘치는 플레이와 패션 이미지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때문에 이번 실격 사태와는 상관없이 미셸 위의 상품성은 여전히 인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미셸 위 "난 떳떳해… 많이 배웠다"
미셸 위는 데뷔전 실격 판정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최종 라운드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10분만에 실격통보를 받았다는 미셸위는 “슬프지만 룰은 룰이다. 실격판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홀에 가까운 쪽에 볼을 드롭했다는 심판 판정에 동의하는가.
“3인치 정도 앞에 나간 것 같다. 당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드롭했다. 오늘 큰 교훈을 얻었다.”
-당시 상황은.
“캐디 그레그와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는 가깝지 않다고 말했다. 나 역시(홀에서) 더 멀리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내 생각만 그러했던 것 같다. 지금 아무런 의문도 없으며 나는 금지된 선보다 앞에 있었다.”
-규정위반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속이려 하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당시 내가 옳았다고 판단하고 플레이한 것이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떳떳하다. 하지만 많이 배웠다. 이제는 (무슨 일이든)경기위원을 부를 것이다.”
팜데저트=연합뉴스
■ 제보자는 기자… "미셸 위 경솔했다"
미셸 위(위성미)가 프로 데뷔전에서 실격당하게 된 규정 위반의 제보자는 당시 현장에서 취재하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마이클 뱀버거 기자로 17일 확인됐다.
"3라운드 때 미셸 위가 마지막조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18홀을 다 마친 다음에야 만나 드롭볼에 대해 물어봤다"는 뱀버거는 “미셸 위가 정확하게 드롭했고 홀에 가깝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셸 위가 속임수를 쓴 것은 아니지만 경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소렌스탐, 대회 5차례 우승 위업
디펜딩 챔피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시종 선두를 질주한 끝에 2위 폴라 크리머(미국)를 8타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소렌스탐은 이로써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이 대회에서만 모두 5차례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단일대회 5회 우승은 미키 라이트가 1963년 씨아일랜드인비테이셔널에서 세운 이후 42년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전날 공동2위였던 박희정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올랐고 공동5위였던 이미나는 미셸 위의 실격에 따라 공동4위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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