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연말로 예정된 일본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은 물론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정상간 개별회담도 하지않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문제는 오늘 이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며 “일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의 개별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특별히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오전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외교부는 또 대변인 명의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나종일 주일 대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반 장관은 오시마 대사에게 “과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민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준 침략 제국주의의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도 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깊은 유감과 실망, 좌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23일 예정된 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는 성명에서 “유인우주선이 성공리에 귀환한 날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중국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고이즈미 총리는 중일관계를 파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2001년 총리 취임 이후 5번째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한국 등의 반발에 대해 “마음의 문제인데, 다른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면서 “외국 정부가 가서 안 된다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지금까지 본전(本殿)에서 방문록에 서명하고 헌화하는 방식으로 참배했던 것과는 달리 일반인 대상인 배전(拜殿)을 찾아 목례만 하는 등 사적인 참배임을 강조하려 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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