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공정거래정책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대두하면서 2002년 이후 한국 기업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외국에 낸 벌금이 우리나라 공정위에 납부한 것보다 2,000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6년 이후 한국 기업이 외국의 공정거래감시 당국에 낸 벌금은 총 5,9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이 14일 삼성전자에 반도체 D램 가격 담합을 이유로 3억달러(한화 3,06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을 비롯해 96년 이후 우리나라 5개 기업(현지법인 포함)에 총 5,003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미국 법무부 등은 올해 10월과 4월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각각 3억달러와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매겼고, 2001년과 96년에도 제일제당(현재 CJ)과 대상저팬(대상의 일본 현지법인), 세원아메리카 등에 핵산조미료와 라이신(사료 원료) 가격담합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도 1998년 삼성전자에 대해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3만3,000유로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2월까지 10개의 한국기업에 대해 총 7,984만유로(1,004억원)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9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벌금 총액은 5,951억원에 달한다.
2002년 이후만 따질 경우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벌금은 국내에서 낸 과징금보다 61%나 많았다. 또 거꾸로 우리나라 공정위가 외국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보다는 38배나 많았다.
2002년 이후 삼성전자 제일제당 등이 외국 정부에 낸 벌금은 5,010억원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이 우리나라 공정위에 낸 과징금은 1,912억원이나 적은 3,098억원이었다. 또 한국 공정위가 가격 담합을 이유로 외국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12개사, 127억원에 불과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의 정부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공정거래정책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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