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돕는 건 터키와 독일이지요.”
14일 오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주도 무자파라바드. 지진 피해가 극심한 이곳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6개국 17개 구호팀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유독 두 나라 국명을 들먹인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다. 터키의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골목을 누비고 있다. 독일의 마크를 단 헬기는 산악지대의 피해마을을 찾아 하늘을 가른다.
물론 태극기도 휘날린다. 선교단체의 구조 및 의료팀 10여명이 무자파라바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휘체계와 첨단장비를 갖춘 다른 정부 주도 구호팀의 더부살이를 할 수 밖에 없다. 공(功)도 넘겨야 했다. “우리에게도 세계적인 119구조대가 있는데…” 한국 자원봉사단원의 입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진 참사 다음날인 9일 119구조대에게 긴급 출동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대원 20명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출발시각은 다음날 오전10시30분. 하지만 정부 관계 기관 회의는 10일 오후3시 119 구조대의 파견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
이 결정이 현장에 미친 결과는 컸다. 어떤 원조도 정부의 대표들이 현지인과 살을 부비며 땀내음을 나누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미국 역시 가장 많은 지원액을 쏟아 붓고도 “무슬림의 피를 빨아 번 돈”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뿐이다.
발라코트에서 있었던 일. 피해가 극심했지만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다. 11일 경찰관과 재난관리국 직원 등 50명으로 꾸려진 일본 구조팀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 뒤 굿네이버스 등 한국 NGO 요원들이 천신만고 끝에 발라코트에 들어왔다. 현지인들은 반가운 목소리로 이들을 맞았다. “쌩큐, 쌩큐 재팬!”
무자파라바드(파키스탄)에서 사회부 고찬유 기자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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