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검찰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은 법 논리로 볼 때 대단히 부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수석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뼈있는 여운을 남겼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것이냐 여부는 간단히 결론 낼 사안이 아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이 법에 명시된 권한인 이상 합법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검찰 상당수가 이를 외압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무시하고 마냥 조직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일 수 만도 없다. 보다 큰 문제는 법리적 논쟁과는 별개로 정치 및 이념적 논쟁이 가세하면서 본질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극한적인 갈등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과 사회을 불안하고 피곤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 일각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의 동반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기류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애초 이렇게까지 커질 성격은 아니었다. 일개 공안사건에 불과한 것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빚고 나아가 법무장관의 퇴진론까지 불러온 것은 장관과 검찰의 대응이 안이한 데에 원인이 있다. 법무장관은 지휘권발동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를 좀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 검찰총장도 구속만을 끝까지 고집할 게 아니라 사건의 민감함을 감안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를 벌인 뒤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과 며칠 만에 강 교수 사건 수사에 대한 관심은 온데 간데 없고 지휘권발동 논란만 난무한 것을 봐도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사 지휘권 발동파문은 여러 가지 과제를 던졌다. 당장 검찰 조직내부의 반발과 동요를 어떻게 추스려야 할 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차후를 대비해 법무장관의 수사권발동 범위와 구체적 내용 등을 명확히 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게 옳은 해법이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이런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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