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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1주일만에 세상떠난 아들 기리며 박옥자씨 9년째 서강大 발전기금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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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1주일만에 세상떠난 아들 기리며 박옥자씨 9년째 서강大 발전기금 기탁

입력
200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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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대학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15일 서강대를 찾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옥자(57ㆍ여)씨는 손병두 총장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고통스런 기억을 다시 꺼내기가 힘겨운 듯 말을 아꼈다. 이날 자리는 손 총장이 “수년 동안 꾸준히 발전기금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박씨를 직접 초청해 마련됐다. 박씨의 아들 김형관군은 1997년 1월 서강대 자연과학부 화학공학과에 합격했지만 교정을 거닐어 볼 새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이후 매년 입시철이면 아들을 생각하며 100만원을 서강대에 보내 왔다. 이날도 박씨는 9번째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김군에게 병마가 닥친 건 96년 11월 수능시험을 치른 직후였다. 집에 돌아온 김군은 심한 구토증세를 보이다 결국 쓰러졌고, 병원은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광주과학고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부모의 손길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감기를 앓거나 얼굴색이 안 좋아도 공부 때문일 거라고 그냥 지나친 게 화근이었다.

김군은 항암치료가 시작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병색도 깊어져 갔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회생 가능성은 점차 엷어졌다. 하지만 김군은 “대학에는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의사와 가족들이 만류했지만 소원이라며 울부짖었다. 박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몇몇 대학에 “아픈 아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지만 속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때 서강대가 나섰다. “시험 당일 교통편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김군을 위해 혼자서 논술 시험을 볼 수 있는 교실을 마련해 줬다. 뿐만 아니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걱정을 받아들여 논술 시험 당일 이어서 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전형 일정까지 변경했다. 김군은 정신마저 혼미해져 생명의 불꽃이 다 사그라질대로 사그라진 97년 1월 초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1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합격증을 받고 ‘서강대가 나를 안 뽑으면 손해지’라며 농담을 하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해마다 보내는 발전기금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손병두 총장은 “메말라 가는 세상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정은 한줄기의 샘물과 같다”며 “형관이가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을 수 있도록 뜻 있게 발전기금을 쓰겠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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