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 수리로 공은 다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넘어왔다. 그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단 천 장관은 사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와 여권도 김 총장의 사퇴를 검찰권의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규정하고 천 장관의 입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가 계속 자리를 유지한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청와대의 뜻일 수도 있다. 우선 16일 사표가 수리된 김종빈 검찰총장의 후임자 인선 등을 통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후임 총장을 검찰 외부에서 기용하거나 이번 지휘권 파동의 책임을 물어 공안 라인의 주요 간부들을 대거 경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천 장관의 측근은 “검찰청법에 따른 정당한 지휘권 발동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정치적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천 장관의 시각을 전했다.
공안 수사 방식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구속 수사 원칙을 지적하고, 공안 분야에서 유독 구속수사 비율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을 급격하게 흔들 경우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완급 조절의 여지는 남아 있다.
검찰의 반발 등으로 사태가 나빠질 경우 결국은 천 장관의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김 총장은 장관의 수사 지휘를 겉으론 수용했지만 그 부당성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사퇴가 사실상 지휘 거부임을 분명히 했다.
천 장관도 김 총장의 사퇴로 지휘권에 상처를 입었다. 검찰 내 강경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장관직을 유지하더라도 검찰에 대한 리더십을 상실한 ‘식물 장관’이 되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천 장관은 15일 법무부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주말 내내 자택에서 사태 해법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오후에는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과도 상의했다. ‘탈레반’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강경한 원칙주의자인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