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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28일 용산시대 개막/ (上) 미리 본 위용과 전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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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28일 용산시대 개막/ (上) 미리 본 위용과 전시공간

입력
200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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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영욕의 역사와 삶의 자취를 한 데 모은 민족 문화의 전당 국립중앙박물관이 28일 서울 용산에 문을 연다.

1997년 10월 공사를 시작한 지 8년, 지난해 11월 경복궁 전시를 중단한 지 11개월 만이다. 광복과 함께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이 남산, 덕수궁, 경복궁 등지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번듯한 제 집을 갖춘 것이다.

일본군, 미군의 주둔으로 민족의 자존이 손상당한 용산에 민족 문화의 요람 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서는 것은 여러 모로 상징적이다. 용산은 서울의 한 복판에 위치, 강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녹여줄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국제 공모를 통해 탄생한 박물관은 전통 성곽을 형상화한 한 동짜리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연건평 4만616평, 전시 면적 8,101평에 좌우 길이가 404㎙나 되는 매머드 급이다. 건물 면적으로만 치면 세계 여섯 번째 규모다.

박물관은 동관, 서관의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동관에는 상설 전시실이, 서관에는 기획 전시실과 어린이 박물관, 극장 ‘용’, 도서관, 사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실 외에도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건무 관장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고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종합 문화 센터”라고 강조한다.

동관, 서관은 기능상 서로 분리돼 있지만 바닥과 지붕이 이어져 한 건물 같다. 두 공간의 가운데에는 대청마루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은 ‘열린 마당’이 있다.

지붕은 있지만 벽은 없고 실내가 아니지만 야외도 아닌 곳. ‘열린 마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문화 행사나 축제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박물관 정문을 지나 연못 ‘거울못’을 끼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열린 마당’이 나온다. 미군 골프장이 앞을 조금 가리지만, 이곳에서 바라 본 남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도 푸르다.

수장고를 지상에 둔 것도 특징이다. 이전에는 수장고가 지하 깊숙이 있을수록 안전하다고 여겼으나 지하는 환기가 어렵고 수재의 위험도 높아 지상으로 옮겼다. 한강이 넘치더라도 물에 잠기지 않도록 지반을 4㎙ 정도 성토해 안전을 꾀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미리 가 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새 박물관은 상설 전시실, 기획 전시실, 어린이 박물관, 야외 전시장 등의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상설 전시실. 전시물의 성격에 따라 고고관, 역사관, 기증관, 미술관, 아시아관 등 5개관 46개 전시실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역사관, 기증관, 아시아관은 이전 경복궁 시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전시관이다.

상설 전시실은 동관의 로비 '으뜸홀'에서 복도 '역사의 길'을 따라 좌우 3개 층에 위치해 있다. '역사의 길'을 끝까지 가면 최근 복원된 국보 86호 경천사 10층 석탑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상설 전시실은 유리 지붕, 유리 측벽에 따른 자연 측광을 선택, 관람자의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설계에서부터 동선 처리에 신경을 써서 전시실에 들어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아야 나갈 수 있는 동선몰이식이 아니라 하나의 전시실을 관람했으면 언제든 '역사의 길'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원하는 전시실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 케이스는 온도, 습도, 조도가 자동 조절되고 진열장 안에는 광섬유 조명을 사용, 전시품의 손상을 예방했다. 이영훈 학예연구실장은 "전시 공간을 넉넉히 두어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상설 전시실 1층 남쪽의 고고관은 주먹 도끼, 발해 기와 등 구석기에서부터 발해까지의 문화재를 11개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귀걸이(국보 90호), 방울(국보 143호), 관꽂이(국보 155호), 말 탄 사람 토기(국보 91호), 토우 붙은 항아리(국보 195호), 화장한 뼈를 담는 돌 그릇(국보 125호) 등이 고고관에 전시된 국보들이다.

역사관은 고려, 조선의 역사자료를 고문서, 고지도 등 9개 주제로 나눠 전시한다. 현존 최고의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 126호), 고려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목판본 대보적경(국보 246호), 이성계의 호적(국보 131호) 등이 대표 문화재다. 진흥왕이 삼각산 비봉 정상에 세운 비석(진흥왕 순수비ㆍ국보 3호)은 신라 유물임에도 역사관의 금석문실에 진열돼 있다.

미술관은 전시동 2, 3층에 분산돼 있다. 2층 미술관은 한국 미술사의 대표 명품들을 서예, 회화, 불교회화, 목공예 등의 주제에 따라 전시하며 3층 미술관은 불교조각, 금속, 도자 공예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3층 미술관의 불교조각실은 대형 불상을 한군데로 모음으로써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생기 있는 미소와 살아있는 듯한 얼굴 표정, 손발의 섬세한 움직임 등으로 동양 불교 미술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해 감산사아미타불입상(국보 82호), 순금제아미타불좌상(국보 79호), 물가풍경무늬정병(국보 92호), 청자참외모양병(국보 94호), 청자사자장식향로(국보 60호), 분청사기용무늬항아리(국보 259호), 백자매화대나무무늬항아리(국보 166호) 등이 미술관의 대표 유물이다.

기증관은 기증 문화재로 전시실을 꾸몄다. 이홍근실, 박병래실 등 전시실의 이름도 기증자의 이름을 따라 붙였다. 수행자들이 이치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을 담은 초조본 유가사지론(국보 272호)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관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재를 진열, 소개함으로써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원나라 무역선의 유물과,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뒤 설치한 낙랑군 발굴 유물도 별도 전시실에 모았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보 191호 금관 등은 독립 전시실에 배치되는 특별 대접을 받았다.

서관에 자리한 기획 전시실은 특정 주제를 재조명하거나 쉽게 만나기 힘든 외부 문물과 새로 발견된 중요 유물을 정리, 그 결과를 전시하는 곳으로 상설 전시를 보완하게 된다.

한국 국립박물관의 60년 역사를 돌아보는 개관 특별전 '국립박물관 60년'도 기획 전시실에서 열린다. 탑, 석등, 승탑, 석비 등 석조물은 야외에 진열된다. 보물 2호 보신각종도 야외의 새로운 종각 안에 전시된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의 고려 불화,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 등 해외와 지방의 유명 문화재도 개관에 맞춰 박물관에서 선보인다. 100년 전 일본으로 유출됐다 최근 한국 반환이 결정된 북관대첩비도 국내에 들어온 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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