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집권 세력인 이라크 수니파는 딜레마에 빠졌다. 인구의 20%를 점한 수니파는 수적으로 이라크의 제2세력이지만, 1월 총선이후 중앙정부에서 쿠르드족에도 밀리는 제3세력이 됐다. 이번 헌법안이 가결되면 수니파는 모든 면에서 법률적 소수자로 전락한다. 정치권력에 이어 경제권력도 내놓게 된다. 헌법안은 유전지대인 쿠르드족의 북부와 시아파의 남부에 자치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온건 수니파는 힘을 받아 12월 총선에서 수니파의 대표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강경세력은 폭력을 권력장악의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저항세력에 가담하게 될 공산이 크다.
헌법안이 부결된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수니파의 위상이 재확인되겠지만 정치일정이 1년 이상 미뤄져 이라크 분열이 가속화한다. 경우에 따라선 시아파가 다수인 9개주가 이란과, 쿠르드족은 미국과 노골적 밀월관계에 들어가고 수니파 만이 고립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수니파 내부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다. 이라크 이슬람당 등 온건파는 현실을 인정하고, 제도권 내의 권력을 추구한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파는 헌법안에 대한 반대표 행사나 보이콧을 호소해왔다. 한발 더 나간 과격파는 저항세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수니파들이 이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 주었는지는 5일 가량이 걸리는 개표가 완료돼야 알 수 있다.
이들의 반대표가 3개주에서 투표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면 헌법안은 부결된다. 가능성이 있는 3개주는 수니파 밀집 거주지인 살라후딘, 니네베, 디얄라가 꼽힌다. 이들 3개주의 투표율이 66%로 전국 평균 61%보다 높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살라후딘에선 반대표가 무려 90%로 추산됐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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