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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려되는 R&D투자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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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려되는 R&D투자 양극화

입력
200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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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세계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파상적 공세가 매섭다. 현대자동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람다엔진 기술을 세계적 자동차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이전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LG전자는 하드디스크 내장형 PDP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2년 64메가비트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일찌감치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 이래 올해 16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 출시하기까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기업의 약진 뒤에는 제품의 가치 혁신을 위한 왕성한 연구개발(R&D0 투자가 있었다. 1992년 3조 6,000억 원이었던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작년에 17조 원을 넘어섰다. 10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의 R&D 투자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좋아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민간의 총 연구개발비 중 대기업 비중이 79%에 이른다. 2001년을 기점으로 3년 만에 무려 8% 포인트가 높아졌다.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에 실질투자액 자체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대기업·특정분야에 편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R&D 투자의 양극화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대기업 내에서의 양극화 조짐이다. 2004년 매출액 기준 상위 20대 기업의 총 연구개발비가 9조 3,000억 원에 이르러 민간부문 연구개발비의 55%나 된다.

더구나 20대 기업 총 연구개발비의 3분의 2가량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상위 3개사에 몰려 있다. 이 수치는 1998년과 비교했을 때 12% 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민간 부문 전체의 36%에 달한다.

이러한 연구개발비 편중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외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상위 3대 기업을 주축으로 한 20대 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조차도 R&D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일부 기업으로의 연구개발비 편중 현상이 산업간 양극화 현상도 야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민간 연구개발비의 3분의 1 이상이 20대 대기업의 주 영역인 통신기기산업 및 영상ㆍ음향분야, 자동차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의약ㆍ의료정밀기기, 항공우주 등 하이테크 분야나 기계 부품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전략산업 분야는 민간 투자가 각각 2~3% 수준을 밑돌아 OECD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친다. 소수 주도 그룹의 집중 투자부문을 제외한 여타 산업에서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에 미치는 R&D의 기여도가 동반하여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1997년 이전까지 약 27%를 상회하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R&D 기여도가 2002년에는 16.9%에 머물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R&D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R&D 비효율성의 주요 원인이라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은 R&D의 양극화 현상에 당면하여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국가연구개발비를 15%나 증액하기로 한 것은 정확한 현실 인식과 기술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적의 포트폴리오 짜야

정부의 투자 방향 또한 성장 잠재력 및 파급 효과가 큰 기술 분야와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 지식정보네트워크 구축 등 연구 인프라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 투자 위축으로 연구기반이 상실될 우려가 있는 분야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적의 국가 R&D 포트폴리오?통해 정부가 공공재 생산자로서의 책무를 다할 때 국가연구개발 투자의 정당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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