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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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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

입력
200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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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登小平)이 중국의 발전전략으로 선부론(先富論)을 제시한 것은 1978년12월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中全會ㆍ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직후였다. 일부 지역과 일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고 나서 뒤처진 부문을 끌어올린다(先富起來)는 전략이었다.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박정희의 불균등발전전략이 선부론의 모델이다. 이 전략에 따라 동부 연안 지역에 경제특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 안팎의 고속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20여년 후 중국은 세계 4대 무역대국으로 떠올랐다. 제조업과 IT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들이 생겨나고 억만장자들도 흔해졌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지역, 계층, 도농 간 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도농(都農)간 소득격차가 4~6배에 이르고 개발에 밀려 토지를 빼앗긴 농민이 분신자살로 항의하는 사례도 있을 만큼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에 이렀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4세대지도부는 이 같은 불균등발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왔다.

▦ 엊그제 끝난 중국 공산당 16기 5중전회는 선부론을 공식 폐기하고 균형발전과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내걸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차 5개년 규획’(規劃)에 포함된 이 같은 발전전략 수정을 혁명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지도부가 ‘균부’(均富)라는 보다 익숙한 용어를 쓰지 않고 ‘공동부유’라는 용어를 택한 것은 부자를 깎아 내리기보다는 빈자를 끌어올려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제껏 쓰던 계획(計劃)이란 표현을 규획으로 바꾼 것도 계획경제의 중앙통제보다는 자율과 시장을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 중국 공산당의 ‘11ㆍ5 규획’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해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중국은 과연 많은 나라가 꿈꾸고 있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새로운 이 청사진 어디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 신장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공산당의 영도 원칙도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통하지 않고서도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성취하는 새로운 모델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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