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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혁신 ‘큰줄기’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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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혁신 ‘큰줄기’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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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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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삼고 출범한 참여정부도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과거 역대 정부마다 변화와 개혁의지를 내세웠지만 크게 평가를 받지 못하였었다. 이에 참여정부는 오랫동안의 행정문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단편적이거나 단기처방이 아닌 프로세스의 혁신을 강조해왔다.

최근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혁신의 중요성과 함께 “혁신 없이는 경쟁력도, 더 나은 미래도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강한 혁신의지도 중요하지만,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마라토너처럼 남은 기간에 자율 혁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정부 혁신의 실행 메커니즘을 한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품질관리, 지식관리, 갈등관리, 성과관리, 혁신관리가 각각 따로 노는 낱말의 유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것들을 어떠한 철학과 원리로 엮을 것인지, 어떻게 총체적인 혁신관리체제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정책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가 혁신의 핵심은 우리 정부와 시장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하면 신뢰와 네트워크 정신 속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국정운영시스템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국가 경쟁력의 관건은 우리의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더 많이 반영된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자율성과 창의성은 고정된 사고와 경직된 목표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유롭고 유연한 환경,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의 정신에서 비롯된다.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인 정부시스템을 만들려는 정부 혁신의 노력도 사실은 다양화된 시장구조에서 창의성이 자유롭게 나타나는 분위기를 지원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 규제개혁의 양적 실적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 사업하는 데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적인 접근, 신 공공관리적 정부개혁이나 성과주의적 기법들의 기계적인 적용이 아니라 일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는 것, 정책품질관리제도의 경직된 운영으로 공무원들에게 또 다른 부담만 안겨주는 문서 재생산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으로 정책의 ‘품’과 ‘질’을 제고하려는 노력―이런 것들이 우리가 바라는 정부의 모습이다.

국가 혁신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서는 큰 아젠다이다. 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열린 정부가 될 수 있는가, 진정한 참여를 통해 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이고도 본질적인 문제이다.

국가와 정부가 스스로 투명하고 신뢰받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원래 국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추동력이 되어야 할 국민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힘과 에너지는 모이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혁신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여 정교한 무늬를 만들어내듯이, 투명하고 신뢰받는 정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큰 줄기의 혁신 과제들, 그리고 그 혁신 과제들이 서 있는 근본 가정과 인과 관계에 대해 한번 본질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 혁신의 비전과 목표를 향한 실행 기반이 제대로 다져질 때, 우리는 튼튼한 초석 위에 실현 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권기헌,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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