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름마켓 살아야 亞대표 지킨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 밤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폐막작 ‘나의 결혼 원정기’ 상영으로 막을 내렸다.
1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각됐던 만큼 이번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다. 사상 최대인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19만 명을 넘어 지난해 관객수(16만6,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칸, 베를린, 선댄스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가해 높아진 위상을 뽐냈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 영화축제로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많은 과제 또한 남겼다.
부산영화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도쿄영화제, 홍콩영화제 등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타 아시아 지역 영화제의 맹렬한 추격이다. 도쿄는 지난해 무려 100억원을, 방콕영화제는 5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영화제를 열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이 달 말 열리는 도쿄영화제의 부흥을 위해 일본 산업경제성에서는 4억 엔(약 40억원)을 투자해 영화를 사고 파는 견본시인 필름마켓을 열었다.
부산도 마켓을 활성화 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부산 역시 내년부터 ‘부산필름마켓’(BFM)을 열 예정이다. 필름마켓이 죽으면서 영화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베니스영화제나 자연스레 대규모 마켓이 형성되면서 성장한 토론토영화제에서 보듯 마켓의 성패는 부산영화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총 54억5,000만원이었다. 이 중 국가 보조금 15억원, 부산시 지원금 18억원, 나머지는 기업 협찬과 티켓 판매 수입 등으로 충당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짜기에 앞서 안정적인 기금 확보가 요구되는 이유다. 영화제 사무국은 필름 마켓을 위해서 20~30억원의 별도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더불어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수반돼야 한다. 칸은 작가주의 영화, 토론토는 다인종 영화로 특징 지워지듯 부산영화제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올해 아시아필름아카데미의 교장을 맡기도 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도 “부산만의 독특함을 가져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아시아의 젊은 작가 발굴에 더 치중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 4명의 프로그래머가 전적으로 영화 선정을 담당하는 현 방식에 대한 재고와 부산이 특화해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부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상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망종’에 돌아갔으며 윤종빈 감독의 ‘용서 받지 못한 자’는 PSB관객상을 수상했다. 선재상은 정용주 감독의 ‘처용의 다도’와 김영남 감독의 ‘뜨거운 차 한잔’이 받았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 부산영화제, 제작자·투자자 미팅 600건
올해로 8회를 맞은 부산프로모션플랜(PPP)과 제5회 부산국제필름커미션ㆍ영화산업박람회(BIFCOM)도 부산영화제 못지않게 성황을 이루었다.
PPP는 제작비를 구하지 못한 세계적인 아시아 감독들의 작품기획을 접수 받아 투자자들을 연결시켜주는 만남의 장이고, BIFCOM은 로케이션과 제작, 후반 작업 등을 아우르는 영상산업 마켓이다.
이 둘은 부산영화제가 소모적인 축제가 아닌 산업적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잡을 수 있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PPP는 영화제 개막작인 허우샤오시엔(候孝賢) 감독의 ‘쓰리 타임즈’ 등을 잉태했으며, BIFCOM은 한국영화 30%를 부산에서 촬영하도록 하는 데 기여를 했다.
10일 개막해 3일간 열린 이번 PPP는 역대 최다인 총 19개국 27편과 30개국 300여개 회사가 참여했다. 제작자와 투자자 사이의 미팅만 600여건이 이루어졌으며 김기덕 감독의 ‘아름답다’ 홍콩 프루트 챈 감독의 ‘미얀마에서 빛나는 네온’ 박찬옥 감독의 ‘파주’ 등이 공식미팅 외에도 개별적인 만남을 가져 구체적인 투자 의견을 나눴다.
PPP최고의 영예인 부산상은 ‘나무그림동화’의 이광모 감독과 태국의 솜폿 칫사손퐁세, 툰스카 판시티보라쿤 감독의 ‘실연의 전당’이 공동 수상해 상금 2만 달러를 받았다.
BIFCOM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회원을 중심으로 33개 필름 커미션(영상위원회)과 특수 촬영장비, 미술 및 세트 제작 등 25개 업체가 참가하였다. 지난해보다 방송과 애니메이션 분야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투자 및 합작 상담 등 공식 미팅이 137건을 기록해 지난해 보다 20% 증가를 보였다.
PPP와 BIFCOM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부산필름마켓 (BFM)으로 통합되어 개최될 예정이다. 마켓 규모에 따라 영화제의 성패가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PPP와 BIFCOM의 올해 선전은 부산영화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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