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기 내각에 앙겔라 메르켈 차기 총리와 반대 성향의 인물이 대거 등용됐다. 대연정의 ‘메르켈 호’는 출발부터 외견상 정책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차기 각료는 모두 16석의 각료직 가운데 13일까지 사민당(SPD) 몫인 8석이 지명됐다. 나머지 기민-기사련측 몫은 17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사민당은 외무장관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49) 총리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변호사인 슈타인마이어는 인지도는 낮지만 1999년 이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측근으로 일하며 대미관계 등 외교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해온 인물이다. 그의 등용으로 독일 외교는 친미-반프랑스의 총리와 반미-친프랑스의 장관이 동거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앞서 메르켈 차기 총리는 슈뢰더 총리의 이라크 전쟁 반대로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개선, 프랑스와의 거리 두기를 주요 외교 과제로 설정했다.
AP 통신은 “슈타인마이어의 지명으로 메르켈의 외교정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타인마이어는 지난달 21일에도 이라크전 반대 등을 주요 외교성과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의 입각은 사민당 세대교체의 인물난을 반영한 것”이라고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메르켈 차기 총리가 외교와 함께 주요과제로 설정한 경제개혁 분야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인사가 등용됐다. 사민당은 부총리 겸 노동장관에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를, 재무장관에 페르 슈타인브뤼크(58) 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를 지명했다.
비록 경제장관에 우파인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당수가 내정됐지만 향후 메르켈이 경제ㆍ사회정책을 펴는 데 상당한 장애가 예상된다. 뮌터페링은 친노동계 인사로 신임 내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슈타인브뤼크는 실용본위의 중도주의자로, 금융시장은 그를 반기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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