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지 카난 시리아 내무장관의 사망 배경을 놓고 정치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고 있으나 여기에는 시리아 정부 내 복잡한 권력암투가 개입돼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은 카난 장관이 이날 낮 12시쯤 입 안에 권총을 넣고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카난 장관은 1980~2003년 레바논 주둔 치안 총책임자를 지냈고, 그가 자살했다는 시점이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리아 정부로서는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카난 장관이 사망함으로써 그를 사건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거물 정치인을 제거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3일 “카난 장관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선친인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아버지 대의 구세력들을 점차 퇴출하려는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카난 장관은 숨지기 직전 레바논 라디오 방송에 ‘하리리 암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는 성명을 전달하면서 “이것이 내가 작성할 수 있는 마지막 성명”이라고 언급해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암시했다고 시리아 반체제 인사인 알리 사드렐디네 알 베야누니가 알 자지라 방송과의 회견에서 폭로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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