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8차 세계화상(華商)대회에 참가한 대표적 화상 기업인 홍콩 허치슨 왐파의 도미니크 라이 사장이 저녁 식사 도중 돌연 ‘화상론’을 펼쳤다.
“우리 화상은 결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미래만 바라본다.”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라는 오명 아닌 오명에 시달린 나라에서 전 세계 화인(華人) 비즈니스맨들의 축제인 세계화상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렸지만, 이후가 문제라는 필자의 근심에 대해 낙관론을 제기하면서 한마디 한 것이다.
기실 우리 사회는 세계화상대회가 열리기까지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땅에서 사라진 차이나타운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이 1997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가 닥치면서 화교 자본의 유입 방안이 논의되고, 그 창구로써 차이나타운의 개발이 적극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화상대회, 과거사 청산 계기
그러나 차이나타운의 부활 이전에 ‘정신적인 차이나타운’, 즉 화교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영주권 제도의 도입이 물리적인 차이나타운의 건설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화교의 법적 신분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우선됐다. 그 결과 2003년부터 화교들뿐 아니라 5년 이상 장기 거주 외국인들은 영주권을 소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차이나타운이 부활할 수 있는 인프라는 갖추어진 셈이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 인접한 한국국제전시장(KINTEX) 부지에서 퓨전과 그린의 21세기형 차이나타운인 일산 차이나타운의 착공식이 열렸다.
중앙정부는 물론 경기도와 고양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해외 화인 자본과 국내 자본의 합자로 2만 1,000여 평의 토지에 신(新) 차이나타운의 건립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중식당이나 스타박스와 같은 상업 시설과 호텔 및 주거뿐 아니라 칭화(淸華)대학 계속교육원의 첫 번째 해외 분교와 칭화 첨단과학기술단지의 첫 번째 해외 분원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이로써 화려한 차이나타운의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전 세계의 화상에게는 이번 세계화상대회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화교에 대한 차별의 과거사가 일단 청산된 셈이다. 또한 영주권 제도의 실시와 차이나타운의 부활을 통해 펼친 우리 사회의 과거 청산 노력을 해외의 화인들이나 국내의 화교들도 인정하는 기회도 됐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상대회 개최로 한중 교류의 증진은 물론 전 세계의 한국인 네트워크와 중국인 네트워크가 ‘윈윈’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말이다.
따라서 이번 화상대회는 결코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미한 한국 화교의 역량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뛰어 화상대회를 유치했으나, 향후 우리 기업과 민간의 노력에 따라 내실 있는 성과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적ㆍ지리적 접근성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화인 네트워크와의 공생 번영이 가능한 것을 이번 기회에 확인했고 우리의 그러한 의지 또한 화상들에게 충분히 인지됐기 때문이다.
●구체적 협력방안 실천 옮겨야
이제 우리는 중국 대륙으로, 동남아로, 미주나 일본으로 화인 자본과 화인 네트워크를 찾으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기보다 그들이 스스로 우리 땅으로 찾아 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야 한다.
특히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대륙의 자본과 인재를, 한국 진출에 열심인 싱가포르의 자본과 노하우를 끌어들이는 투자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더 이상 과거를 논하지 않겠다는 화상의 입장을 확인한 바에는 재빠르게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양필승 건국대 사학과 교수ㆍ세계화상대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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