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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金 검찰총장 '지휘권' 결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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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金 검찰총장 '지휘권' 결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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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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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간부들 "수용" 평검사는 "거부"

김종빈 검찰총장이 13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한 것은 검찰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라 할 만한 것들이 어느 것도 마땅치 않음을 보여준다.

사상 초유의 지휘권 발동이었지만 형식상 적법한 조치인데다 ‘불구속 수사’라는 지휘 내용 역시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기에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즉각 대응이라는 ‘맞불 작전’보다는 시간을 두고 후폭풍을 최소화할 연착륙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침으로써 곧장 장관 지휘를 수용할 경우 예상되는 조직 내 거센 반발을 무마할 수 있고, 반대로 지휘를 거부하거나 사퇴할 경우 맞을 수 있는 외부로부터 비난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미 검찰 수뇌부가 입장을 정해놓고 시간을 갖고 여론을 살핀 뒤 결단을 내리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결국 어떤 대안을 선택할까.

이날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강정구 교수 사건을 곧바로 검찰이 넘겨받아 새로 수사한 뒤 처리방안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는 방안이 유력한 해법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총장이 즉각 지휘거부나 사퇴 등의 대응으로 법무부와 대립각을 세운 뒤 감수해야 할 조직 전체의 타격을 피하며 자체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수사해보니 불구속이 맞다”고 할 경우 꼼수를 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또다시 구속 의견을 낼 경우 역시 장관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 가정해 볼 수 있는 카드는 네 가지다. 먼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고 총장직도 유지하는 방안. 이럴 경우 당장 일선 검사들로부터 “총장이 장관의 외압에 굴복했다”는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해 김 총장이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다.

지휘는 수용하지만 사퇴를 통해 재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수사독립 의지를 과시하는 명분은 챙길 수 있겠지만 총장 낙마에 따른 부작용과의 손익을 선뜻 예측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지휘를 거부하면서 총장직을 유지하거나 또는 사퇴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번 지휘 내용을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게 의견이 적잖아 두 방안 모두 ‘검찰이 너무 독선적’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는 김 총장 취임 이후 가장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출근과 동시에 긴급 대책회의에 소집된 간부들은 오전 내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장관의 지휘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총장이 사표를 던져 조직 차원의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과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 “7 대 3 정도로 총장직 유지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평검사가 다수인 대검 연구관들은 별도 회의를 갖고 “검찰독립을 위협하는 지휘는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뇌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한 검사는 “간부들의 의견과 달리 평검사들의 의견은 한층 강경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도 각 부별로 평검사들의 의견을 모아 1,2,3차장을 통해 수뇌부에 전달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평검사들의 의견은 매우 강경했다. 총장이 직을 걸고 장관의 수사 지휘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천정배법무 “청와대와 조율 없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3일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 과정에 청와대와의 조율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까지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 천 장관은 사상 첫 지휘권 행사가 검찰 수뇌부 및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수’를 둔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나름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이 지휘권 행사에 정면 반발은 커녕 대응책을 못 찾고 허둥대는 모습은 천 장관의 계산 속에 이미 들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검찰은 천 장관이 내세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꺾을 명분을 찾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공안부서를 제외하고는 강 교수를 반드시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천 장관의 측근은 “장관이 지휘권 발동을 결정할 때 한나라당의 해임 요구 공세도 어느 정도 예견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정치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지만,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강한 장관상을 보이고 진보 진영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이 결국은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는 ‘수사권 침해 논란’이라는 역풍을 우려해 누구도 엄두를 못 냈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인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지킨 셈이 됐다. 이날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검찰총장이 항명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검찰총장도 내 뜻을 잘 이해할 것이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득실을 떠나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치”라는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아 앞으로 상황이 천 장관에게 반드시 유리한 쪽으로만 돌아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 지휘권, 장관이 구체적 사건 대해 총장 지휘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검찰청법 8조는 애초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1949년 12월 20일 검찰청법이 제정될 때 14조로 돼있다가 86년 검찰청법 개정 때 8조로 바뀌었지만 문구는 그대로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일 일본 등 대륙법계 법률에서 근원을 찾아 볼 수 있는 조항으로,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제한해 일선 검사들의 독립을 보장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외압을 양지로 끌어올려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취지도 들어있다.

이런 점에서 천정배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검찰 수사권 독립을 훼손한 것”으로 비판받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이번 사안이 비리정치인을 구하려는 전형적인 정치적 외압 사건이 아니라, 구속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공안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권 훼손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1954년 ‘조선의옥(造船疑獄) 사건’ 때 법무성 장관의 지휘권이 처음 발동됐으나 비리정치인 2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고, 결국 역풍을 맞아 내각 총사퇴로 귀결됐다.

한국에서는 정식 지휘권 발동은 아니지만 1949년 ‘대꼬챙이’ 검사로 불린 최대교 당시 서울지검장이 법무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임영신 상공부 장관을 기소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지휘권 행사가 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될 수도 없다. 검찰이 천 장관의 지휘 내용(강정구 교수 불구속)보다 지휘권 행사 자체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이것이 선례가 돼 지휘권이 또 행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하고, 검찰 수사를 최종 책임지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검찰 내부에는 지배적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보수단체 “千법무 직권남용” 고발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반발해 보수 시민단체 회원 20명이 천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변호사단체도 잇달아 반대성명을 내는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나라사랑시민연대, 자유청년개척단 등 강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던 20여개 보수 시민단체는 13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강 교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법치질서 유지와 헌법적 가치 수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법무장관이 국가안보상의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강 교수의 사법처리에 관해 부당한 지휘를 한 행위를 규탄한다”며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한 뒤 서석구 변호사 등 20명의 이름으로 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천 장관은 불구속 수사 지휘를 즉시 철회하고 검찰 수사에 부당히 간섭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성명에서 “일선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려는 데 대해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은 장관 자신이 검찰에 정치적 외압을 가하는 시대착오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성명을 통해 “강씨의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법행위로서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수사 하라”고 요구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도 성명을 내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장관은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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