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KBS교향악단을 재단법인으로 독립시킨다는 방침에 단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KBS측은 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단원들은 KBS의 경영 적자(지난해 638억원)를 덜기위한 내?기일 뿐이라며 성급한 법인화에 반대하고 있다.
올 여름 서울시향이 법인으로 새출발하는 과정에서 겪은 진통이 재연될 전망이다. KBS교향악단이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 음악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 같다.
‘KBS교향악단 운영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KBS교향악단을 창단 50주년인 내년 3월 독립시킬 계획이다. 이 보고서는 KBS교향악단의 문제점으로 마케팅 역량과 재원 부족, 운영조직의 비전문성 등을 꼽고 이를 해결하려면 법인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인화 이후 운영비는 KBS가 절반을 대고 나머지는 국고 지원이나 공적자금(20%), 기업 후원금(15%), 공연과 각종 사업 수입(15%)으로 충당하게 되어있다.
단원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발전적 의미의 법인화는 좋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서둘러 추진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단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법인화 이후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 연주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KBS와 국고 지원의 확실한 보장이 없고, 국내 문화 풍토로 보아 기업 후원금이나 공연 수입도 불투명해 이런 상태로 독립하면 돈벌이에 급급해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원들은 그 대안으로 방송법을 개정해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 교향악단을 사장 직속 독립기관으로 운영하면서 적어도 5년 이상 준비를 거쳐 자립 기반을 다진 다음 법인화할 것을 제시했다.
단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KBS는 교향악단 법인화가 지원 축소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KBS는 전체 예산의 0.69%인 83억원을 교향악단에 쓰고 있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 얼마를 지원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단원들은 “11, 12일 단원 총회에서 사측이 밝힌 액수는 50억원”이라며 “교향악단 발전을 위해 법인화를 한다면서 지원을 줄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올 여름 재단법인으로 새출발한 서울시향의 경우, 서울시는 연간 40~50억 원이던 지원금을 대폭 증액해 올 하반기 예산으로만 65억원을 줬다.
KBS교향악단 악장 김복수씨는 “KBS교향악단은 국내 최고의 연주자 집단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는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방출된다고 생각하니 착잡하다”고 했다.
서울시향의 오병권 공연기획실장은 “서울시향이 법인으로 독립하기까지는 소속기관이던 세종문화회관이 법인화한 1999년 7월 이후 5년 간 마지막 순간까지 단원들을 설득하면서 준비하는 긴 진통이 있었다”며 “교향악단 법인화는 결코 서두르거나 밀어부쳐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교향악단 발전의 방안으로 법인화가 꼭 정답이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예술단체로서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여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지만, 준비 안 된 독립은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의 법인화가 무리 없이 추진되고 좋은 결실을 거두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인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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