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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니안짱·행복을 찾는 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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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니안짱·행복을 찾는 니노

입력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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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소년가장 윤복이의 일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출간돼 온 국민을 울린 것이 1964년의 일이다. 병든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오직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 소년이 충격과 감동을 던졌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게 어느 나라 일인가 싶겠지만, 다들 웰빙 어쩌구 하는 지금도 굶는 아이들이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가난에 짓눌린 아이가 자신의 입으로 고단한 삶과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말하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니안짱’은 1958년 출간된 재일동포 소녀 야스모토 스에코의 일기다. 부모 없이 살아가는 네 남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막내인 스에코가 썼다. 출간 즉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 NHK 라디오 드라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일기는 “오늘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입니다.”(53년 1월22일)로 시작한다. 그때 큰오빠는 스물 다섯, 언니가 열 다섯, 작은 오빠는 열두 살. 전후 일본, 안 그래도 살기 힘든 그 시절에 ‘조센징’이라고 차별받는 네 남매에게 세상은 힘겹기만 하다. 날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네 남매의 모습이 애처롭고 아름답다. 탄광에서 일하던 큰오빠가 해고되면서 네 남매는 살 집도 잃고 뿔뿔이 흩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스에코는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썼다. “지금은 모두 고생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우리 네 남매에게도 등불이 환하게 비출 날이 있겠지요.”(54년 9월3일)

캐나다 작가 미셸 브륄레의 어린이책 ‘행복을 찾는 니노’는 브라질의 화려한 항구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가 배경이다. 번쩍번쩍한 부촌 바로 옆 판자촌에서 나고 자라 홀로 차가운 현실과 맞서야 했던 열두 살 소년 니노의 이야기다. 엄마가 병으로 죽자 고아가 된 니노는 길에서 한뎃잠을 자고 구걸을 하면서 살아간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헤매는 니노는 오직 꿈 속에서만 행복하다. 동정 없는 세상, 부자들의 이기심과 탐욕, 인간성을 좀먹는 가난의 비열함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스에코와 니노의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다. 브라질에는 니노 같은 거리의 아이들이 수 백만 명이고, 우리나라의 결식 아동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더 늘어나 15만 명을 헤아린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니노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이웃이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자기만 큰 성에 산다 한들, 그런 삶이 행복할 수가 있을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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