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파리가 울긋불긋한 원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든 잎은 하나 둘씩 몸을 떨구며 거리를 화려하게 색칠한다.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담은 낙엽과 단풍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계절.
올해는 일교차가 크고, 맑은 날이 많아 여느때보다 단풍이 곱다고 한다. 단풍 하면 내장산이나 설악산을 떠올리지만 가까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을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해마다 자치구의 추천을 받아 단풍ㆍ낙엽의 명소를 지정해온 서울시가 이번 가을에도 ‘단풍과 낙엽의 거리’ 50곳과 ‘열매가 있는 거리’ 5곳을 선정, 발표했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 푸른 하늘 아래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은 그대로 가슴에 꽂힌다. 융단처럼 수북이 깔린 잎을 밟는 맛도 독특하다. 덕수궁 돌담길이나 서울대입구 관악로, 힐튼호텔에서 하야트호텔에 이르는 소월길, 삼청동길은 많이 알려진 곳이다. 좀더 인적이 드물면서 색다른 정취를 즐기려는 연인들은 청와대 앞길 청와로가 좋다.
또 올해는 청계천을 따라 조성된 이팝나무 거리, 서울숲 문화예술공간 주변 느티나무ㆍ은행나무 거리가 새롭게 선보인다. 남산 남측순환도로 벚나무 거리는 차량이 통제돼 남산의 단풍을 구경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광진구 능동로 어린이대공원∼뚝섬유원지역 구간에서는 느티나무, 회화나무 500여 그루가 풍성한 단풍을 보여주며, 가로수와 보도 녹지의 관목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은평구 통일로의 박석고개∼구파발 인공폭포 구간에서는 은행나무 220여 그루가 만들어내는 단풍과 인공폭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금천구 시흥역길에서는 단풍이 든 왕벚나무 등 10종, 400여 그루와 담쟁이, 능소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열매가 있는 거리 중랑구 중랑천 둑(묵동교∼장안교)과 성북구 석관로, 관악구 낙성대길(낙성대입구∼서울대 후문) 등에서는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을, 강동구 성내길(신명초교∼길동생태공원)에서는 노랗게 익은 모과 열매를 볼 수 있다.
좀 더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면 난지도 월드컵공원 쪽으로 가보자. 하늘공원 6만여평에 펼쳐진 은빛의 억새 물결은 창녕의 화왕산이나 밀양의 사자평 못지 않다. 14일부터 23일까지 오후 7시30분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억새음악회는 황홀한 밤으로 이끈다.
안데스 음악, 퓨전 국악, 발라드 가수 미니콘서트, 아카펠라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있고 억새공예체험, 가을편지 쓰기, 억새그림 그리기, 억새 백일장, 디카폰카 공모전 같은 다양한 시민참여행사도 열린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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