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부품사 델파이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고 있는 가운데 헬무트 판케(사진) BMW그룹 회장이 ‘브랜드 위치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판케 회장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먼저 고가(프리미엄) 브랜드로 갈 것인지, 대중적인 브랜드로 갈 것인지 선택한 뒤 핵심 역량을 강화해 다른 브랜드와 구분되는 차별화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MW그룹코리아 10주년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차량 선정 등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미국의 빅3와 많은 유럽 자동차 회사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애매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은 위치 설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판케 회장은 “프리미엄 시장과 대중 시장은 목표 고객, 게임의 룰, 성공의 법칙 등이 모두 다르다”며 “두 시장에 모두 발을 담그려 한다면 결국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회사들에 대해 “경제적 호황기에 번영이 계속되리라고 믿고 노사 협상에서 모든 혜택을 다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판케 회장은 현대차에 대해서는 “2002년 현대차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모든 벽에 ‘빅5’라는 목표가 분명히 제시돼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이 깊었다”며 “미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체코에도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대중 시장에서 규모를 잘 키워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판케 회장은 또 현대차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세계 곳곳의 모터쇼에 출품된 현대차를 보며 차별적인 브랜드 위치 선정으로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판케 회장은 이어 BMW의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0.5%에서 5~10년 안에 1%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올해 한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125만대로 추정되고 이중 BMW그룹코리아가 6,000대 이상을 팔 것으로 보여 점유율로 보면 0.5~0.6%가 된다”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BMW의 점유율이 1.6~1.7%라는 점에서 앞으로 5~10년 안에 한국 시장에서 BMW의 점유율이 1%로 올라가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 이에 따라 수입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21개 수입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BMW그룹코리아는 1~9월 4663대를 판매,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1~9월 전체 수입차 등록 대수는 2만1,34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6,894대 보다 26.4%나 증가했다.
판케 회장은 이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브랜드와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강연한 뒤 상하이로 출국하며 다음주 도쿄 모터쇼에 참석한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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