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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과서 446곳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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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과서 446곳에 ‘문제’

입력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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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음식점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외식을 즐기는 모습이 흔히 눈에 띈다…자기 가족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엿보인다.’(D사가 발행한 고등학교 ‘생활교육’ 교과서 중)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원리를 가르치는 교과서 내용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청교도적 윤리관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이 14일 초ㆍ중ㆍ고교에서 쓰이는 경제관련 교과서 내용을 신랄하게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 제목은 ‘초ㆍ중ㆍ고등학교 사회교과서 경제단원 및 경제분야 교과서 내용 검토’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114종의 경제관련 교과서 중 내용 수정이 필요한 곳이 446곳에 달한다.

보고서는 재경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대학교수 8명에게 올해 4월 의뢰한 연구 용역 결과다.

교수들은 우리 경제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를 ‘지나친 윤리성 강조’라고 보았다. 가족 외식을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주의’로 본다거나 해수욕장의 바가지 요금을 ‘수요_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틀이 아닌,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차원으로 해석하려는 시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동력은 개인의 윤리가 아닌 적절한 인센티브 구조”라면서 “우리 교과서는 이 같은 경제적 사고의 핵심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용어가 부정확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G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생활경제’ 교과서는 ‘상품’ 대신 ‘경제 객체’라는 거의 쓰지 않는 용어를 썼다. 또 다른 교과서는 ‘1인당 국민소득’을 ‘국민소득’으로 잘못 표현했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통계나 사례도 지적됐다. 많은 교과서들이 국내총생산(GDP)이나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를 1990년대 기준으로 서술했다. ‘미래 학교의 모습’에 이미 사라진 구형 컴퓨터 삽화가 들어가기도 했다.

보고서는 “고교의 경제수업 시간이 13시간(필수 이수시간)으로 비중이 너무 작다”면서 “학교 밖 경제교육에도 힘써야 하겠지만 교내 교육 시간을 늘리는 데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등은 경제관련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연구 결과는 교과서 집필진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 교과서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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