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중1, 고1부터 영어와 수학 과목 수업이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상ㆍ중ㆍ하 반으로 나눠 이뤄질 전망이라고 한다.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교교육으로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취지다. 취지가 옳고 방향도 맞는다. 그러나 실제 시행에 들어갔을 경우 예상되는 혼란과 부작용을 생각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나눴을 때 학생과 학부모들이 쉽게 수긍할 것인지, 또 학생들 간에 조성되는 위화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부터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실력과 관계없이 우수반에 넣으려는 ‘치맛바람’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일부 학교에서 드러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하위권 학생들이 아예 수업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은 경쟁심을 유발하고 개별 집중지도를 통해 학업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교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다.
2008학년도부터 내신 상대평가제가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평가는 더욱 복잡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공통 평가든, 수준별 평가든 부작용이 예상될 뿐더러 이를 병행할 경우도 우열반 기록이 남는 등 이래저래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과 영어 과목 교사수가 지금의 1.5배 이상 필요하고, 교실을 확충해야 하지만 예산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학생수 감소라는 큰 흐름에 맞지 않는다.
수준별 수업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여전한 논란거리다. 성적이 다양한 학생들을 모아놓고 공부할 때 오히려 학업성취도가 높아진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3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결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책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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