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5.0%로 전망했다. 또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의 증액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 중인 것과는 달리 세출 억제를 통한 긴축적 재정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DI는 13일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내수가 본격 회복되고 수출도 증가세를 유지해 5.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7월 예상했던 3.8%보다 0.1%포인트 높아진 3.9%로 상향 조정했다.
신인석 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된 데 따른 소비 증가와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으로 수출 증가세가 계속돼 2ㆍ4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져 잠재성장률(5.0%)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남에 따라 그동안 경기 회복에 맞춰졌던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도 평상시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KDI는 “추경을 고려할 경우 올해 재정정책은 확장적 기조를 띠고 있으며, 내년 예산안은 경기 중립적”이라고 평가한 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진작적 재정운용 대신 긴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미 제시된 내년 정부 예산안의 재정기조 역시 더욱 긴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금리와 조세정책에서도 정부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저금리 기조의 유지와 세출축소보다는 세입확대를 꾀하고 있는 반면, KDI는 금리의 선제적 인상과 세출축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DI는 “중장기 재정수지를 균형 수준에서 관리하려면 세출억제를 통한 적자규모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세제 개편을 성장잠재력 제고라는 관점에서 설계하고 모자란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세율인상 보다는 탈루 소득에 대한 징세 강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점진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신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는 물가상승 기대감을 시사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는 근원물가 상승 기조도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저금리 속에서 2003년 이후 2%대에 그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KDI가 긴축 정책을 권고한 데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국제유가 등의 불안 요인이 여전하고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등 내년 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KDI가 다소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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