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누가 미칠까.
삼성과 두산의 200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과연 어떤 선수가 ‘특급 조연’으로 깜짝 활약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시리즈가 7전4선승제의 단기전인 만큼 팽팽한 승부는 곧잘 생각지도 못 했던 선수들의 손에서 결정 나곤 한다. ‘미친 선수’의 등장은 야구의 ‘가을 축제’를 더욱 흥미롭고 짜릿하게 한다.
조연에서 주연으로의 신분 격상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일어났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의 투수 최영필은 1승1세이브의 특급투로 당초 객관적인 전력상 SK에 밀린다던 한화를 당당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놓았다. 한화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프로 14년차의 노장 전상렬(두산)이 공수에서 종횡무진 맹활약, 팀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선사했다.
두산에서는 손시헌과 김창희가 눈에 띈다. 키 172㎝의 프로야구 최단신 유격수인 손시헌은 넓은 수비 범위, 깔끔한 송구 능력과 함께 공격에서도 시즌 타율 2할7푼6리(4홈런)를 기록하며 기복 없는 타격감을 이어왔다. 더구나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삼성전 타율은 3할4푼4리에 11타점. 프로 2년차인 그는 팀에서 유일하게 올 시즌 126경기에 모두 출전해 성실성도 인정 받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손시헌은 1승 투수와도 못 바꾼다”고 했을 정도.
김창희도 삼성 투수들의 주요 경계 대상 선수 중 하나다. 배영수와 5타수3안타, 바르가스와는 5타수2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삼성전 타율이 3할4푼5리로 시즌 타율(2할7푼1리)을 훨씬 웃돈다.
삼성에서는 ‘멀티플레이어’ 조동찬에게 기대를 건다. 고졸 4년차로 올 연봉이 5,400만원인 그는 3루수, 유격수에서 외야수까지 수비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전천후 선수. 시즌 타율 2할7푼4리에 16홈런 63타점의 기록이 보여주듯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도 수준급이다. 상대 투수와의 수싸움이 뛰어난 그는 팀내 홈런 순위 2위와 타점 3위에 올랐을 정도로 팀 공헌도도 크다. 특히 그는 두산의 1선발 리오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홈런 1개를 포함해 12타수5안타 5타점을 뺏으며 ‘천적’의 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조연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정규리그 후반기에 부진했던 김한수(두산전 타율 3할5푼) 양준혁(2할8푼3리)도 상대투수 전적에서의 강세를 앞세워 팀 우승을 위해 방망이를 곧추세우고 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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