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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부시, 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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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부시, 몸으로 말한다

입력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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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악재에 휩싸여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심리상태가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주 커빙튼을 방문중이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 NBC 방송 ‘투데이’쇼의 독점 회견은 11일 오전 6시17분(현지시간) ‘사랑의 집짓기(Habitat for Humanity)’행사 현장에서 이뤄졌다.

허리에 공구대를 두르고 선 채 회견에 임한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질문이 나올 때마다 눈을 깜빡이거나 다리를 심하게 흔드는 등 표나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언론은 “어디론가 급히 가고 싶어하는 사람 같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 늑장대응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답변 동안 24번이나 눈을 깜빡였고 허리케인 피해지역과 이라크 상황을 비교하는 질문에는 눈을 23번 깜빡거리면서 허리띠를 잡고 바지를 추켜 올렸다.

CIA요원 신분 누설에 연루,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는 칼 로브 비서실 차장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일단 눈을 두번 깜빡이고 입술을 한번 핥은 뒤 다시 눈을 두번 깜빡였다.

이어 3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간신히 “그 문제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강경 보수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는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부시 대통령은 37번 눈을 깜빡거리면서 입술을 핥고 체중을 좌우로 3번 이동시키는 것도 모자라 발을 심하게 흔들었다.

‘사진찍기용 행사’만 찾아 다닌다는 민주당의 비난이 있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앞으로 삐죽 내미는 제스처를 보였고 마이어스 지명으로 보수세력이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리를 격하게 흔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모습들이 부시 대통령의 심리상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백악관에서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만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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