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온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고은(72) 시인은 13일 오전 출타했다가 노벨문학상 발표시각 직전인 오후 7시45분께 경기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의 자택으로 귀가해 발표를 기다렸다.
수상결과가 전해진 직후 고 시인의 부인 이상화(58.중앙대 영어학과)씨는 대문 밖에 나와 “(고)시인이 ‘끝났다. 면목이 없어서 당신을 어떻게 보나’라고 크게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시인이 며칠동안 스웨덴 지인들에게서 오는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생각보다 큰 부담을 느껴 지켜보기 안쓰러웠으나 막상 결과가 발표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라고 말했다. 고 시인 집에는 결과 발표 직후에도 스웨덴 등지의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막판에는 도박사들의 베팅확률도 가장 높았는데 의외의 결과”라는 등의 위로전화들이 걸려왔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마을 어귀에 모여 축하준비를 하던 이웃 주민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이영란(52ㆍ여)씨는 “18년 전에 마을로 이사와 고은 선생님과 자주 식사도 하며 친한 이웃으로 지내 내심 수상을 기대했다”며 “내년에는 경사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장 임효연(42)씨도 “투옥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아 늘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번에 수상 하셨으면 건강도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문단인사들도 애석해 하면서 번역 등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소설가 윤흥길씨는 “노벨문학상은 한국민 전체의 소원이기 때문에 수상했으면 그 이상의 경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윤씨는 “지금은 한국문화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번역가조차 안 길러져 있다. 여기에는 개인이나 작은 단체의 노력보다는 국민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문학상 타기를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문정희씨도 “노벨문학상을 타려면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가져야 하고, 여기에 고급 번역과 수준 높은 출판이 병행되었을 때 가능하다”며 “우리 문학 수준은 결코 낮지 않으므로 상까지 연결될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성=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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