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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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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살아났다

입력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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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부터 시작된 강한 압박과 몸싸움, 전원 수비가담을 통한 경기지배, 원터치 패스에 의한 빠른 공수전환과 역습.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감독 때와 포메이션(3-4-3)은 같았지만 경기양상은 한층 역동적이고 박진감이 있었다. 비록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미스와 선수들간의 호흡이 안맞는 등 조직력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분명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아드보카트호가 한국축구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보여줬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친선 경기에서 신예 조원희(수원)와 김진규(이와타)의 릴레이골로 2-0으로 승리, 2006 독일월드컵을 향한 상쾌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한국은 이란과의 상대전적에서 8승3무7패로 앞서며, 지난해 8월 아시안 컵에서의 3-4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달 말 부임한 뒤 5일간 태극 전사들을 조련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동국(포항)을 원톱으로, 박주영(서울)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좌우 윙포워드로 배치하는 공격진을 구성했다.

또 대표팀에 첫 합류한 이호(울산)와 조원희(수원)를 미드필더로 깜짝 발탁하는 비장의 카드를 선보였다. 스리백 수비라인은 김영철(성남)이 중앙에, 최진철(전북)과 김진규(이와타)가 좌우에 섰다.

박주영과 박지성은 공격은 물론 후방수비까지 적극 가담했고, 최진철과 이호는 상대 스트라이커 알리 카리미를 봉쇄, 안정된 방어망을 구축했다. 특히 첫 A매치 선발 출장한 조원희는 박지성과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이란 수비진을 휘젓는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시작과 함께 골축포가 조원희의 발끝에서 터졌다. 박주영이 전반 59초 상대진영 왼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가 상대수비의 머리에 맞고 흘러 나오자 조원희가 볼을 한번 터치한 후 오른발 강슛을 날렸고, 볼은 상대수비의 발에 맞아 굴절되면서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전반 15분 김두현의 오른쪽 코너킥을 이동국이 발리슛을 날렸으나 상대 수비에 걸렸다. 전반 28분에는 박주영이 조원희의 패스를 받아 상대진영 오른쪽에서 찬 오른발 대각선 슛이 아깝게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들어 최진철 이호 박주영 김두현 이동국을 차례로 빼고 백지훈 김정우 이천수 유경렬을 투입, 포백 수비로 전환했다. 한국은 한 두차례 카리미와 바히드 하세미안에게 슛을 내줬지만 경기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45분 고대하던 두번째 골이 터졌다. 안정환이 빠른 역습으로 상대 아크진영까지 몰고 간 뒤 김진규에게 패스를 했고, 김진규가 아크 왼쪽에서 찬 강력한 오른발슛은 상대 수비의 발을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아드보카트 "한국축구 미래 밝다"

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 첫 경기에서 승리해 매우 기쁘다. 좋은 출발을 했다. 오늘 승리는 정말 값진 승리다. 새로 코치진이 구성돼 부담이 큰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골을 넣으려는 투지를 보여줬고 과감하게 플레이를 하는 등 시작부터 잘해줬다.

전반 25분까지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추가골이 나오지 않은 아쉬움은 있다. 전반에 두골을 넣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것이다. 후반전에는 이란이 어느 정도 경기를 지배했는데 우리 팀이 찬스를 많이 주지 않았다. 경기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더 나은 팀이 되는 것이다.

축구에서는 중앙 쪽에 많은 공간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경기 도중 공격수들에게 중앙에서 상대의 공격수를 쫓아가서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는 미드필더들이 수비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전반에는 이호를, 후반에는 유경렬을 투입해 상대팀 선수 카리미를 전담 마크하도록 했는데 모두 역할을 잘해줬다.

오늘은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골을 넣었는데 스트라이커인 이동국도 좋은 경기를 했다. 때가 되면 우리 공격수들이 골을 넣을 것이다. 특히 20대 초반의 미드필더 4명이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줘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이란처럼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체격이 우수한 선수들을 상대로 월등한 경기를 했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말해준다.

■ '벼락골' 주인공 조원희는 누구

사실상의 A매치 데뷔전에서 행운의 선제골을 터트리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조원희(22ㆍ수원)는 청소년대표팀 출신의 만능플레이어다.

짧게 깎은 머리로 강인한 인상을 주는 조원희는 호화군단의 수원에서 김남일, 최성용의 백업멤버로 활약하며 선배 송종국과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대주.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체력이 바탕이 된 활발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조원희는 이날 박주영, 박지성 등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2003년 세계청소년대회 멤버 출신인 조원희의 이날 선발 출장은 예상 밖이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송종국이 오른쪽 윙백으로 복귀한데다 더욱이 2002년 배재고를 졸업하고 울산에 입단했지만 광주, 수원 거치며 4시즌째 뛰고 있지만 총 73경기에 나와 2골1도움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원희는 새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드보카트호의 첫 골을 넣으며 본격적인 주전경쟁에 뛰어들었다.

여동은 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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