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14일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올해 63세인 이 시장은 당내 경선에 탈락하면 탈당을 해서라도 200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많았다. 이른바 ‘이명박 무조건 출마설’이다. 이 시장은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시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1997년 이인제씨의 기억 때문에 (경선 승복 문제를) 심각하게 얘기하는 모양인데 이는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출마했다 떨어진 1995년 신한국당 서울 시장 후보 경선 승복의 전례도 들었다. “YS의 개입으로 불공정하게 치러져 결국 정원식 씨에게 졌지만 나는 결과에 승복했다”는 것이다.
2시간여 진행된 토론에서 이 시장은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쏟아냈다. 행정중심 도시 건설에 대해선 “내가 충남지사라도 균형발전은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균형 발전은 상향식으로 해야 한다. 어디를 떼내는 게 아니라 그곳은 가만 놔두고 나머지를 끌어올려야 국부가 올라간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니까 충청 지지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어느 것이 충청민을 위하는 것인지 도민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엔 “제대로 된 대통령이 없어서 그렇지 제대로 된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제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에 대한 자신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한 사람에게만 점수를 좀 낮게 주고 싶고 다른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한 사람은 YS일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개헌시기에 대해선 “이 정권 하에서는 개헌이 적절하지 않고 다음 대선 후보들이 철저히 연구해 공약으로 내걸면 될 일”이라며 “현 대통령은 개헌에 신경 쓰지 말고 다음 후보들에게 미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국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제안이 뭔지는 몰라도 제도를 바꿀 때는 국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당내 대권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를 “과거 대통령과 비교할 때 대통령 감으로 부족함이 없고 충분하다”고 추켜세우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때 보여준 모습은 조금 마음에 남아 있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패널과의 문답 내내 “자리도 아니고 때가 아니다”, “당원입장, 국민입장에서 말하겠다”며 대권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서울시장을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더 하면 최선을 다할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9개월 남았으니 서서히 마무리 하라는 말을 하는데 뭐라도 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이 남은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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