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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동운동, 초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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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동운동, 초심으로 돌아가라

입력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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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비리 혐의가 검찰에 의해 밝혀지면서 노동계는 다시 한번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올해 1월에 기아자동차 노조의 근로자 채용 관련 금품수수 비리로 시작해서, 2월 항운노조 비리, 5월 현대자동차 채용관련 노조 비리, 5월과 6월의 한국노총 위원장 및 사무총장 비리, 그리고 7월에는 현대자동차 노조간부 납품 관련 비리가 터졌다.

최근에 실업이나 고용 불안 등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많은 국민에게 이런 노동조합의 어두운 모습은 커다란 실망을 안겨준다.

또 1987년의 노동자 대투쟁 이후 어려운 임금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며 헌신적인 봉사를 하여 온 민주노조의 선명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이러한 노조 비리는 조합원들이 노조에 등을 돌리게 하여 1990년대 초부터 양적, 질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국내 노조 운동에 타격을 주게 된다.

●잇단 비리로 안팎 신뢰 잃어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냉정하게 노조 비리의 원인과 우리 사회에서 노조의 역할을 고찰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고도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비리는 노조뿐만 아니라 정치계, 재계, 교육계, 언론계, 종교계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노조의 비리는 좀 더 희생적인 자세로 조합원들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노조 지도자들의 본연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노조 지도부의 비리가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것은 지도력이 지나치게 소수의 노조 간부들에게 집중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즉 노조의 재정권이 그들에게 집중되고 회사의 근로자 채용에까지 관여하는 상황에서 금전적인 거래가 수반될 유혹이 커진다. 더욱이 민주노조를 처음 만들고 지키고 할 때는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노조 조직이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서는 예전처럼 헌신적인 자세로 꾸준한 노조 조직 확대나 단체교섭 활성화에만 매진하기 어렵게 된다. 노조의 입지가 안정적인 자동차회사 노조, 항운노조나 한국노총 등에서 비리가 발생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수의 노조에서 나타난 이런 어두운 면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노조의 순기능도 균형 있게 인정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산업화를 앞서 이룬 여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노조가 없었을 때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영향력이 세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온갖 불리한 조건을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했다.

여기서 노조가 가지는 대표권은 노동자들의 경제적 분배 몫의 향상, 승진이나 작업조직 등의 결정에서 경영자들이 가지는 지나친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다수의 노조는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여 왔다.

최근의 노조 비리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조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와 노조 내부의 자율적인 개혁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전자의 해법은 노조의 재정적인 수입이나 지출 등에 대해 정부가 공개를 요구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후자의 해법은 노조의 운영을 더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노조원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여 지도부의 비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법적인 개입은 노조의 비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노조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이보다는 더 많은 조합원이 노조 운영에 관여해서 그런 비리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노조의 대표권을 강화하는 것이 유익하다.

●자율적 개혁통해 거듭나야

이런 자율적인 개혁과 더불어 노조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 그리도 稚뺙?억압과 저항 하에서도 희생적으로 민주노조 활동을 시작했는지를 되새겨 보자. 그리고 현재에 국내의 임금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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