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중 2005년형 승용차를 1대 구입하면 또 다른 차량 1대와 50인치 PDP-TV와 대형 냉장고 등 다양한 경품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오만 K자동차 판매딜러)”
이슬람의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여전히 종교적인 경건함이 유지되고 있지만, 한편에선 상업주의와 세속적인 축제 분위기가 유행을 타고 있다.
라마단 기간 낮 시간 동안 지켜야 하는 금식은 유일신인 알라에 대한 순종과 은총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정신적 수양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빈ㆍ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고 무슬림들의 연대ㆍ동등 의식을 권장하는 집단 훈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몰이 찾아오면 라마단의 밤 풍속도는 한 마디로 먹거나 뭔가를 쇼핑해야 하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이집트의 카이로 등 중동 아랍국 대도시 대부분의 쇼핑가(街)와 레스토랑들은 라마단 기간 평소와 달리 저녁 8시30분에 문을 열어 새벽 2시30분까지 영업을 한다.
밤은 억눌러온 식욕과 구매욕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탈출구가 된다. 낮 동안 허기로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하루의 금식을 깨는 ‘이프타르’를 나눠 먹으며 밤새도록 파티를 만끽한다. 일부에서는 라마단이 ‘과식과 파티의 달’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TV 드라마 시청도 빼놓을 수 없는 신풍속도다. ‘이프타르’를 마치고 밤 예배가 끝나면 온 가족이 TV 드라마를 시청하며 밤을 지새기도 한다. 신을 경배하고 이웃 친지들과 덕담을 나누던 라마단의 미풍은 점점 사라지면서 대신 온 가족이 TV에 앞에 모여 앉아 라마단 특집 드라마와 쇼, 게임에 빠져든다.
이 때문에 해마다 라마단을 앞두고 아랍 TV 채널들은 황금시장을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또 자동차와 의류, 가전 업체들은 라마단 기간 중 TV 광고를 위해 연중 광고비의 절반 이상을 쏟아 붇기도 한다.
라마단은 또 연중 최대의 세일 기간이다. 서양의 크리스마스처럼 ‘파누스(라마단 랜턴)’ 등 형형색색의 라마단 장식을 해놓은 쇼핑 몰에는 세일간판이 고객들의 발길을 끈다.
오만의 무스카트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이 기간 중 라마단 특수 품목인 식품류와 의류, 자동차, 가구, 가전제품 업체들은 연 매출의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45%를 넘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과일과 곡류, 육류 등은 연간 판매실적의 45% 정도가 이 기간에 판매될 정도다. ‘금식과 과식의 역설’이 입증되는 통계인 셈이다. 일반인들의 소비도 소비지만 일부 부유층들이 자선행위와 민간 기업들의 직원들에 대한 선물 등이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연중 최대 대목을 맞은 업체들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전략을 펼친다.
자동차 판매 업체들은 앞 다퉈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또 의류나 가구업체들은 앞다퉈 연중 최대의 바겐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라마단이 ‘쇼핑의 달’이라고도 불릴 정도다.
라마단의 변화를 놓고 일부에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대부분은 라마단의 정신이 많이 탈색되기는 했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아직은 신앙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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