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에 대한 책이 참 많다. ‘한국의 야생화’, ‘야생화 쉽게 찾기’, ‘야생화 일기’, 그 외에도 참으로 많은 제목의 책들이 있다. ‘야생화’를 다시 ‘들꽃’으로 바꾸면 또 그만큼 많은 제목의 책들이 나온다.
20년 전만 해도 식물 도감과 학술서 말고는 단 한 권도 이런 제목의 책이 없었다. 야생화는 봄 여름 가을에 산과 들에서 저 홀로 피어났으며 사람들은 그게 무슨 꽃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가장 많이 피어나는 꽃이 그 당시 문학 소녀들이 가장 좋아하던 이름의 ‘이름 모를 들꽃’이었고, 가장 많이 지저귀는 새의 이름 역시 ‘이름 모를 산새’였던 것이다.
그런 야생화들이 이젠 도시의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새로 단장한 청계천에도 그 꽃이 그 꽃 같아 대부분의 도시 사람들은 저게 들국화인가, 하고 만다. 여기는 구절초와 쑥부쟁이와 개미취가 비슷한 얼굴의 사촌들처럼 활짝 웃고 있다.
“들꽃을 얼마큼 알면 잘 안다고 할 수 있어요?” 하고 묻자 시골의 어느 들꽃 박사가 “이름을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아서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이 잘 아는 거예요” 하고 들꽃 같은 대답을 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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