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서고 그동안 버팀목이 돼 왔던 기관마저 동반 매도를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 1,2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13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ㆍ선물에서 모두 대규모 매도세를 보인데다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까지 쏟아지며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이 7,000억원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수로 매물을 받아내면서 오후 들어 지수가 소폭 반등했지만 1,20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을 포함해 최근 1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도 2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이끌었던 ‘약한 달러’와 ‘낮은 미국금리’라는 틀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 전반에서 외국인 매도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증권 김진호 연구원도 “그동안 미 증시와 차별화 장세를 보였던 국가들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조정압력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업종의 실적 부진도 외국인 이탈에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이날의 대규모 매도는 전날 LG필립스LCD에 이어 인텔의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IT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해외 기술주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한 실망 때문에 나스닥 지수가 계속 하락했고 국내 기술주들에 대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기관투자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경우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키움닷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지수 1,200선에 미련을 갖고 매달리기 보다는 단기 급락과정에 적합한 대응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1,200선 이하에서 상승을 주도했던 기관 중심의 매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지지선 설정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도 “실적에 대한 실망과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를 감안할 때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좀더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기술적으로 종합지수 20일선과 직전 저점이 무너졌으므로 지지선 형성 과정을 좀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이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 및 종목의 비중은 축소하고, 긍정적 실적이 예상되는 것들은 보유 또는 조정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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