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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본의 외교실패 거울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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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본의 외교실패 거울삼자

입력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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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가 올해에는 무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이를 기뻐하기보다는, 왜 일본의 야심적인 유엔 외교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는지를 분석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차대전의 패전국으로서 유엔 창설 당시 회원국 지위도 얻지 못했던 일본은 지난 60여 년간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유엔 회원국의 대다수를 점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사회 발전을 위해 매년 100억 달러에 이르는 개발도상국 원조차관(ODA)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1,2위를 다투는 액수이다. 또한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을 제외한 안보리의 여타 상임이사국들이 낸 금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유엔 분담금을 지출해 왔다.

●안보리 상임국 진출 좌절

그런 일본으로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수를 늘려 유엔 구조를 개혁하려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유엔 개혁 구상을 자국의 국제적 지위를 일거에 상승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로 받아들이고,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총력전적인 유엔 외교를 펼쳤다.

독일, 인도, 브라질 등과 공동으로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 6개국 증설안을 골자로 하는 유엔 헌장 개정안을 합의해 나갔고, 아프리카 국가들과 절충을 거듭하면서 자신들의 유엔 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려 하였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기타오카 신이치 도쿄대 교수를 이례적으로 유엔 차석대사에 기용하여 유엔 외교의 포석을 강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는 실패하였다. 그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강력한 맹방인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하였으나, 이라크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은 여타 상임이사국 및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옹호해 줄 여력을 갖고 있질 않았다.

둘째,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편협한 내셔널리즘을 고집한 결과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였다.

셋째, 일본은 유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력을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였다. 결국 일본은 동맹과 우방들의 적극적인 지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그토록 염원하던 상임이사국 진출을 부득불 내년 이후로 기약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이탈리아, 멕시코, 파키스탄 등과 연합으로 4년마다 재선되는 상임이사국 증설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우리도, 결국은 일본이 실패를 맛보았던 요인들을 똑같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혈맹인 미국은 향후 우리가 추구할 국가적 목표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줄 것인가. 적어도 일본인들이 1853년에 자국을 개항시킨 페리 제독이나 태평양전쟁의 항복을 받아내고 점령군 사령관으로 군림했던 맥아더 장군 관련 유적들의 철거를 한 번도 요구해본 적이 없음을 생각하면 이 점이 적지 않게 염려된다.

또한 우리는 일본처럼 국제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및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원조차관을 많이 제공하거나, 유엔분담금을 부담하지도 못할 형편이다.

경제적 능력을 대체할 국가적 매력을 우리는 얼마만큼 갖고 있는가. 우리의 정치지도자나 일반 시민들이, 혹시 일본처럼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어 그나마 최근 올라가고 있는 우리의 매력을 깎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편협한 민족주의 고립 자초

언젠가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국력 상승에 부응하는 역할?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보다 여건이 좋았던 일본이 범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드 파워를 더욱 쌓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세계 어느 국가에도 우호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매력을 지금부터라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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