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놓고 심사기구인 스웨덴 한림원 회원들 사이에 심각한 내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BBC,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12일 일제히 보도했다.
한림원은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6일)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던 관계를 깨고 발표를 1주일 연기했다.
근 10년 만에 한림원이 수상자 발표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영국 언론은 `터키 국민 모독죄'로 기소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53)를수상자로 선정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대립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파무크는 대표작 `내 이름은 빨강'으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최신작 `눈(Snow)'에서는 터키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충돌의 현장을 통찰력 있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무크는 그러나 올해 초 터키의 한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1차대전 직후 터키가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족을 대량 학살하는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터키 국민 모독죄'로 기소돼 12월 16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관측통들은 일부 한림원 회원들이 파무크를 수상자로 결정하면 터키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정치적 논란'이 일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논란'을 피해야 한다는 회원들과 `문학은 문학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회원들이 충돌했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다른 관측통들은 파무크 선정 여부가 문제가 됐다면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한 작가의 몇몇 작품이 아니라 일생을 통한 문학 활동 전체를 평가해야한다는 보수적 입장의 회원들이 진보적 회원들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무크가 훌륭한 작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53세로 너무 젊어 문학 세계가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
이밖에 올해에는 소설가가 아니라 수필가에게 문학상을 수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0일에는 한림원 회원 크누트 안룬트(82)가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이 잘못됐다"며 사임했다.
그는 스웨덴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포르노에 가까운 작품을 쓴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실패였다"고 사임의 이유를 밝혔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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