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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참여정부와 보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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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참여정부와 보수신문

입력
200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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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와 보수신문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심각하다. 이념ㆍ정책노선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필요하거나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그 수준을 넘어서 승패를 겨루는 감정싸움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게 승패가 있는 싸움이라면 해볼 만한 것일 수도 있다. 과연 누구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지 그걸 가리는 건 사회정의 구현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움에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양쪽의 지지세력까지 나뉘어 벌이는 이분법 싸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누른다는 건 불가능하다. 모두 다 패배하는 싸움이다.

●모두가 패배자인 자해 싸움

단기적으로 보면 국정 운영을 책임진 참여정부가 더 큰 타격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보수신문에 더 큰 타격이 가게 돼 있다. 보수신문의 참여정부 비판이 아무리 성공적이라 하더라도 남는 건 참여정부의 실정에 편승하는 당파지로서의 초라한 몰골이기 때문이다.

보수신문의 애독자라 하더라도 보수신문이 국익을 위해 좀 더 의연하고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보수신문이 그런 암묵적 기대를 저버릴 때에 신문의 권위는 사라지고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가 신문의 고유 영역까지 삼켜버리고 말 것이다.

이 자해적 갈등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신문이 실제로는 ‘정치상품’으로 기능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경제ㆍ문화상품’으로 간주하여 구독하는 국민의 행태가 김대중 정부 이래로 계속돼 온 정부-신문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선거는 바람이 지배할 수 있지만 대중의 일상(日常)은 신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때엔 일상의 틀을 벗어나 보수신문의 공격을 받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져놓고 일상으로 돌아와선 늘 봐오던 보수신문을 계속 구독함으로써 보수신문의 여론지배력에 일조하는 한국 유권자들의 이중적 행태가 한국 정치불안의 최대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신문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신문 여론시장에서 보수신문이 누리는 몫이 50% 이하라면 정부는 보수신문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신문의 몫이 70% 이상이라면 너그럽기는커녕 옹졸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게 바로 참여정부하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참여정부는 출발 때부터 보수신문에 대해 옹졸한 태도를 보였으며, 보수신문은 옹졸함을 응징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해 왔다. 여기서 악순환이 발생했다. 참여정부는 더욱 옹졸해졌고 보수신문은 더욱 사나워졌다.

그 싸움의 결과는 참여정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대상으로 말을 하는 경우에도 자주 보수신문과 그 열성 지지세력을 겨냥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중간적 입장에 있는 다수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곤 했다. 경제 문제만 하더라도 일단 국민을 위로하기보다는 보수신문의 주장을 공격적으로 반박하는 데에 더 큰 신경을 씀으로써 스스로 민심을 떠나게 하는 자해적 결과를 초래하곤 했다.

●유권자 이중적 태도도 원인

참여정부의 열성 지지자들마저 보수신문과의 적대 전선을 이유로 참여정부 비판을 절대 금기시하고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것만이 개혁과 애국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이 때문에 이젠 양쪽이 타협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 어느 쪽이건 여유와 포용은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굴복이나 변절로 간주한다.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이전투구(泥田鬪狗)만을 요구하고 있다.

제3의 길은 없는가? 없진 않다. 그런 이전투구가 우리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는 데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특히 보수신문 쪽의 각성이 더 요청된다. 제3의 길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다음주에 말씀드리겠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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