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나 참가해 만들 수 있는 위키 백과사전의 매력에 빠져 있다. 며칠 전에 이 백과사전에서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그리그즈빌 시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름이 몹시 더운 이 도시에는 모기가 엄청 많았다. 1960년대에 DDT 등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자 모기가 더욱 심해졌다.
그때 J. L. 웨드라는 사람이 아주 좋은 생각을 했다. 그는 제비가 그 도시를 거쳐 이동하고,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2,000 마리를 먹어치운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는 제비가 그 도시에서 살 수 있도록 방 500개가 있는 높이 20m의 탑을 세워 모기 문제를 대충 해결했다.
그리그즈빌의 경우 다행히 살충제가 금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를 보는 기업이 없을 수가 없다. 살충제 제조회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다니며 소독약을 뿌리는 운전기사들과 그들을 채용하는 회사도 피해를 본다. 그들이 새로운 방식을 환영할 리 없다.
현재의 쿼티식 자판기도 그렇다. 이 쿼티식은 우연히 생긴 것이고, 영어를 빨리 치기에는 자판 배열에 문제가 많다. 1920대에 만들어진 드보락자판기는 이용하는 사람이 소수이지만 쿼티식보다 편하고 빠르다. 2차 대전 때 미 해군에서 실험한 결과 드보락자판기를 한 달 정도 연습하면 쿼티식보다 타이핑 속도가 빨라졌다.
해군은 드보락식 자판기를 주문했지만, 재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쿼티식 자판기를 만드는 기존 회사들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영어 교육도 어느 정도 유사한 상황이다. 학원을 오래 다니는 것보다는 같은 돈으로 해외에 나갔다 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다.
많은 학원이 교육에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우리 학원을 오래 다녀봐’보다는 ‘그냥 해외로 갔다 와’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회사들 중에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의 상태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곳이 많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돈을 내기 전에 항상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가? 다른 방법은 있는가? 이 회사를 이용하는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만을 가진 손님이 있는가? 대답이 ‘예’라면, 돈을 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인· 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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