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차기총리는 10일 대연정 합의 후 “지금까지 사민당과의 정책 공조에 만족한다”며 “다음달 12일까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차를 줄이겠다”고 밝게 웃었다.
18일 하원이 연정 발족을 승인하면 하원 전체 의석 가운데 73%인 448석(기민-기사련 226석, 사민당 222석)을 보유한 거대 연립정권이 탄생한다.
그러나 메르켈의 낙관과 달리 그가 이끄는 대연정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경제, 외교, 노동시장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조율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내각을 장악하지 못한 메르켈은 마거릿 대처처럼 강력한 친 시장 정책으로 경제난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메르켈은 10일 ▦개별 사업장 별 임금 협상 자율 추진 ▦휴일 근무 수당과 야근 수당에 대한 세금 부과 등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총선 당시 핵심 공약을 철회했다.
권력분점 합의 내용을 바라보는 독일 국민의 시선 또한 차갑다. 공영 ARD 방송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연정 합의에 대해 응답자 중 74%가 회의적이라고 답한 반면 만족한다는 대답은 30%에 불과했다.
또 대연정이 걱정스럽다는 응답자는 48%, 실망스럽다는 응답이 47%를 기록해 전반적으로 대연정의 앞날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대연정 합의 내용은 11월 중 양당의 당대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내부에서 불만이 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연정이 한 달 만에 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민당의 울프강 클레멘트 경제장관은 “당 지도부가 너무 일찍 굴복했다”며 반발했다. 기민당에서도 “외무, 재무, 노동 등 주요 정책 결정권을 내줄 경우 집권한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메르켈의 ‘대서양 동맹’ 강화 노선도 첨예한 대립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메르켈은 이날 “러시아의 국익을 해치지 않는 차원에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역설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총리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EU의 역할을 결정지을 수 있는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터키 정부는 벌써부터 EU 가입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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