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강무현 해양수산부 차관 주재로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 주무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전날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송어와 향어도 전량 수거, 폐기하겠다”는 해양부 발표에 대해 수거에 따른 보상을 할 것인지, 지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법적 근거도 없는 보상이나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는 반대 의견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즐겨먹는 송어와 향어에 독성 물질을 집어넣은 양식업자들을 제재하지 않고, 오히려 보상과 지원까지 해줄 경우 여론이 가만 있겠느냐는 반론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양부가 보상이나 지원 방침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양식업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말라카이트 그린을 쓰지 말라고 지도한 적이 없다는 ‘원죄’ 때문이다. 지도는 커녕 해양부는 심지어 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한 양식업자들로서는 해양부로 인해 억울한 범법자가 된 셈이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재산상 피해를 보게 된 양식업자들의 집단 반발로 궁지에 몰린 해양부가 내놓은 안이 바로 ‘전량 수거 폐기’였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국민의 혈세로 막아 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금지된 약물을 사용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주는 나쁜 선례도 남기게 된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해양부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관을 포함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의 첫 출발이 될 것이다.
황양준 산업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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