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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국정원장만 몰랐다?

입력
200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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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하면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역시 과거 안기부처럼 정치 경제 언론 등 사회 각계에 대한 조직적 도청을 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권력 핵심부가 도청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정원장 지시 및 보고 여부

우선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구속으로 당시 김씨의 상관이었던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과학보안국(8국) 직원들이 도청으로 작성한 ‘통신첩보’를 국정원장이 보고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첩보가 원장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면 당연히 도청자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씨가 8국장에게서 보고받은 통신첩보 내용을 요약해 원장에게 보고하면서 도청의 ‘흔적’을 지웠을 가능성도 있다. 두 전직 원장들은 “재직 당시 도청은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상당한 예산과 정규 인력이 필요한 휴대폰 감청이 원장 모르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8국장이 도청내용을 국내담당 차장 뿐 아니라 국정원장에게도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보고 및 정치권 유출 여부

여당이었던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을 도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여권실세와 청와대 관계자가 도청을 적극 독려했거나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검찰에서 “도청은 대통령께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보고함으로써 통치권을 잘 보좌하기 위해서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원장이 대통령 주례보고에서 도청 내용들을 보고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주례보고 배석자인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ㆍ외교안보 수석 등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김씨 스스로 “대통령은 도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고 말한 점에 비춰 대통령 주례보고 자리에서 도청 정보가 곧바로 보고됐을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은 김씨가 당시 여권 실세였던 권노갑, 박지원씨 등 비선(秘線) 라인에 도청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동교동계 인사들과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 중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한발한발 의혹의 핵심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내주 초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을 시작으로 전직 국정원장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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