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웃음이 없는 액션은 폭력”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룽(成龍)표 영화’는 희극액션과 동의어다. 청룽 영화가 꾸준히 흥행하는 것도, 명절마다 TV에서 지겨울 정도로 그의 영화를 재탕 방송하는 것도 ‘적어도 오락성에 있어서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새 영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역시 기본적으로 청룽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기대하는 청룽적인 것과 청룽적이지 않은 것이 뒤섞여 있어 더러는 좀 낯설다. “할리우드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발언처럼 그는 ‘신화…’에 중국 한국 인도 배우를 동시에 출연시키면서 전체 아시아인의 감성에 호소하는 블록버스터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한류가 촉발한 아시아 문화공동권에 대한 청룽의 기선잡기이기도 하다. 외형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CG를 통해 재현한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진시 황릉 등 규모 큰 화면이 이어진다.
영화는 고고학자 잭(청룽)이 진나라의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전생의 비밀을 알아간다는 이야기다. 잭은 매일 밤 꿈을 꾸는데 진시황제 시절 장군인 자신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황제의 후궁 옥수(김희선)를 구하고 그녀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마침 친구 윌리엄(량자후이)은 공중에 떠 있는 칼과 관이 있다는 인도 다사이 왕국 유적지를 찾아가자고 제안하고 그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비밀을 하나씩 알아간다.
청룽적인 것과 아닌 것의 경계는 확연하다. 그가 잭으로 등장하는 현생은 지극히 청룽 스타일이다. 다사이 궁전에서는 끊임 없이 쫓기고 궁지에 몰리면서도 익살맞은 표정을 잃지 않는, 그의 전매특허 같은 어드벤처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전생의 몽이장군으로 돌아가 있을 때 그는 딴 사람 같다. 젊은 시절에도 시도치 않던, 사랑으로 번뇌하는 로맨스 연기를 쉰 줄에 들어선 지금 펼친다.
1980년 ‘캐논볼’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할리우드를 두드린 끝에 98년 ‘러시아워’로 개봉 첫 주 할리우드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월드스타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시류를 읽는 그의 탁월한 감각이다.
문맹에 가깝지만 빠른 판단과 프로의식으로 최고 자리를 지켜 온 그에게 ‘신화…’는 범아시아적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다.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서 이미 개봉했으며 중국에서만 개봉 첫날 800만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어 이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영화 속 청룽답지 않은 요소가, 진지한 연기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김희선의 중국어 더빙 연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모르겠다. 그래서 선뜻 확신을 갖기에는 망설여진다. 탕지리 감독. 14일 개봉. 12세.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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