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주요 배급사 관계자들은 저마다 소위 ‘적’들의 동태파악에 바빴는데 “‘청연’은 어떨 것 같아요? 예고편 좋던데요.” “‘야수’ 이야기 들은 건 없습니까?”와 같은 떠보기 작전을 펼치거나 “뭐니뭐니 해도 역시 최고는 ‘태풍’일 겁니다.
하반기 한국영화계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니까요”라는 과장 섞인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야수’ ‘태풍’ ‘청연’은 부산에서 10, 11, 12일 경쟁적으로 홍보와 프로모션을 위한 대대적인 파티를 열었다. .
세 영화가 서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모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인데다 각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이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의 기대작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 영화 모두 개봉일을 12월15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시기에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이 몰려 있다는 것도 사건인데, 여기에다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 해리포터 4편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 역시 같은 날 개봉을 계획하고 있어 벌써부터 영화계에서는 12월15일 ‘대란’을 화제삼고 있다.
물리적으로 이 모든 대작들이 스크린을 사이 좋게 나누기는 힘든 상황이라 관심은 누가 끝까지 개봉일을 고수하며 버티냐에 쏠린다. 그런데 이미 12월15일 개봉으로 소문이 난 터라 모두들 발 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개봉일을 옮길 경우 경쟁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 버티자니 위험하고 안전을 위해 먼저 몸을 피하자니 승리를 차지할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설 대목을 두고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 시기 경쟁을 벌이다 배급사 간의 합의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개봉시기를 늦춘 것 같은 대국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개봉시기에 대한 고민으로 각 영화 관계자들은 골치가 아프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기대작들이 몰려 있는 12월15일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만큼이나, 어렵지만 행복한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니 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