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두산이 한화에 쾌조의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10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김명제, 마무리 정재훈이 무실점 완벽계투하고 상대 실책을 틈타 뽑아낸 1점을 끝까지 잘 지켜내 한화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을 내리 달린 두산은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2001년 이후 4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반면 SK를 3승2패로 따돌리고 힘겹게 준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 6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개가를 올린 한화는 3일 연속 상대 투수들의 방패를 뚫지 못하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내줬다.
2패의 수렁에 빠지며 막다른 골목길에 몰린 한화 김인식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 최고의 피칭을 보인 최영필을 3일 밖에 쉬지 못했는데도 선발로 기용, 팽팽한 투수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모처럼 방망이도 살아나 한화는 두산(4개) 보다 3개 더 많은 7개의 안타를 쳐냈다.
한화 타자들이 더 잘 쳤지만 사소한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계속되던 5회말. 두산은 2사후 내야 안타로 진루한 전상열이 2루를 훔칠 때 한화 포수 신경현의 2루 악송구와 중견수 데이비스의 3루 악송구를 틈 타 손쉽게 홈인했다.
1999년 두산-한화의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홍원기와 함께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전상열은 혼자서 치고 달리며 결승점까지 뽑아내는 수훈을 세웠다. 플레이오프에서 10타수 6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친정팀 한화를 연거푸 울린 전상열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한화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최영필은 이날도 3개의 삼진을 뺏어내고 2안타 4볼넷으로 역투했지만 내야진의 뼈아픈 실수로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 고졸신인 최고 계약금(6억원)에 입단했던 18세의 유망주 김명제는 프로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다가 플레이오프 최연소 선발승 투수가 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두산은 중간 계투로 나선 이혜천과 이재우, 특급 마무리 정재훈이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15일 삼성 홈구장인 대구에서 열린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 MVP 전상렬/ 두산 전상렬, 때리고… 훔치고… 1등공신
“친정 팀이랑 경기하면 왠지 편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화와 삼성 둘 다 친정팀이네요.”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친정팀 한화를 울리며 두산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전상렬(33)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가을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고작 계약금 700만원을 받고 삼성에서 입문한 전상열은 한화로 둥지를 옮긴 뒤 1999년 두산-한화의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홍원기와 함께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적생.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정수근의 롯데 이적으로 톱타자로 중용된 뒤 뛰어난 수비력과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전상렬은 이날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혼자서 ‘때리고 달리는’ 원맨플레이로 결승점을 뽑아내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제 판단으로 단독 도루한 것인데 운이 따라 홈까지 들어온 것 같다”는 그는 “프로 데뷔 14년 만에 큰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큰 경기는 집중력 싸움인데 포스트 시즌 전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던 것이 오히려 체력을 비축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삼성도 또다른 친정팀이지만 경기에서는 일단 적수”라며 각오를 다졌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김경문 두산 감독 "챔피언 기회 놓치지 않을 것"
“감독에게 두 번이나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한국시리즈에서 지난해 못했던 것을 만회하고 싶다.”
6년간 보좌했던 김인식 한화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경문 두산 감독은 삼성과 맞붙는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부터 리오스를 내세워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3위로 마쳐 올해는 기필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자고 했는데 목표를 달성해 준 선수단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한화는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왔고 낮 경기에 많아 지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맹활약한 전상렬을 9번으로 돌린 것에 대해 “장원진이 1번에서 잘 쳐줬고 전상렬의 부담감을 줄여주자는 뜻에서 9번으로 돌렸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이 긴 시간 쉬고 있었던 반면 우리는 1주일~10일 정도 쉬면서 청백전을 가져왔다”며 “삼성도 청백전을 치르겠지만 일단 실전감각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만큼 1차전부터 그 점을 잘 파고 들어 기선제압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 투수기용에 대해서는 “삼성전에서는 좌완 투수로 재미를 봤다”며 “그래서 한국시리즈 엔트리 때 좌완 1명(조현근)을 더 올렸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한화전에서는 우리 투수들이 예상외로 잘 막아줬는데 삼성은 다른 만큼 내일 휴식을 취하고 삼성에 초점을 맞춰서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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