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의 대결로 압축된 200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양팀 감독들의 학창ㆍ프로 시절 인연과 함께 서로 다른 리더십으로 더욱 흥미를 끈다.
플레이오프 때 한화 김인식 감독과 ‘사제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고려대 4학년 때인 1981년 여드름 투성이 새내기 선동열 현 삼성 감독을 기숙사 룸메이트로 맞았다. 차세대 최고의 투수로 촉망 받던 선동열을 ‘방졸’로 받은 ‘방장’ 김 감독의 포지션은 다름아닌 포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던 두 사람은 때론 따끔한 ‘얼차려’로 때론 달콤한 소주 한잔으로 서로의 꿈을 키워갔다. 김 감독은 당시 ‘멍게’ 선 감독을 위해 ‘약발 좋은’ 여드름 약과 피부과를 소개해 함께 병원에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프로에서의 인연은 더욱 흥미롭다. 2003년 말. 선 감독은 당시 두산 감독으로 낙점 된 상태였다. 그러나 선 감독은 두산행을 포기하고 삼성 수석코치를 택했고, 후배가 두산 감독으로 온다는 소식에 롯데 수석코치로 옮기려 했던 김 감독(당시 두산의 배터리 코치)은 대신 두산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과 수석코치로 대결을 벌였던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선 선 감독이 수석코치로 있던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사뭇 대조적인 스타일도 눈길을 끈다. 감독 2년차인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펼친다. 올해 첫 지휘봉을 잡은 ‘초보’ 선 감독은 관리와 자율의 혼합형. 김 감독은 “오늘의 잘못을 계기로 다음엔 더 잘 하겠지”라는 신념으로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긴다. 올 시즌 한 게임 당 평균 약 0.6개로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은 희생 번트가 이를 잘 말해준다.
선 감독은 ‘국보급 투수’ 출신답게 지키는 야구를 표방한다. 자율을 주다가도 승리에 도움이 안 되는 선수는 가차없이 아웃시키는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 베테랑 양준혁을 시즌 중 2군으로 강등시켰는가 하면 연봉 5억원 짜리 임창용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미련없이 제외시켰다.
인연이야 뜨겁지만 승부는 냉정한 법. 정규리그 1위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군단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에서 패하면 단번에 패배자로 낙인 찍힐 선 감독과 “감독으로서 이런 기회는 드물다”며 우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김 감독. 과연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