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인 11일 재발한 중국 칭다오(靑島) 한국국제학교 탈북자 진입사건은 한국의 탈북자 외교를 시험대에 올렸다.
이날 탈북자 8명은 전날의 강제 북송 보도를 접하고도 “숙소에서 잡히나 한국학교에서 잡히나 마찬가지”라며 진입을 강행했다. 마치 한국의 탈북자 외교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건이었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 가까스로 탈북자 8명을 불가침권이 인정되는 칭다오 주재 한국 총영사관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는 북송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약속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닌 일회성 응급조치였다.
정부의 다급한 처지는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이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를 부른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유 차관은 인도적 처리를 요구하면서 “부산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는 데 양국 관계를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며 정상외교까지 거론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북송은 막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국자들은 “지난달에는 중국이 왜 탈북자들을 북송했고, 이번에는 왜 신병을 한국측에 인도했느냐”는 질문에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반기문 외교부장관도 이날 국감장에서 “강제 북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모으겠다”는 원론만을 되풀이했다. 결국 탈북자 외교의 현주소는 사례별로 대처하는 땜질 수준인 것이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기획 탈북 등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닝 대사는 “기획 탈북과 외교시설 진입을 조장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말 정부는 기획 탈북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흐지부지됐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때가 됐다.
아울러 중국의 탈북자 정책도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2003년 11월 체결된 북중 사법공조조약이 올 8월 비준된 직후 탈북자 북송이 이뤄졌다”며 “조약에 탈북자 북송 조항이 포함됐다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공조조약에 탈북자 조항이 있다면 중국은 언제든 탈북자들을 북송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강제 북송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정부는 대중국 외교에서 실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인권보호 차원에서 탈북자 생존권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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