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날 달 유엔 총회가 한창이던 뉴욕에서 콘돌리사 라이스(51) 미 국무장관, 해리엇 마이어스(60) 미 대법관 지명자, 앤 베네만(56)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사무총장이 레스토랑 ‘황소와 곰’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소위 ‘잘 나가는’여성들이다.
모두 독신인 점도 같다. 그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들이 워싱턴 정가에서는 알아주는 ‘친구 사이’라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독신 여걸 3인방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의 1기 정부 시절 라이스 국무장관은 안보보좌관으로, 마이어스 지명자는 법률 고문으로 백악관에서 동고동락했고 베네만 사무총장은 농업장관을 역임하면서 3인방에 끼었다.
뉴욕 모임에서 이들은 일 보다는 삶과 인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이들은 ‘올리브’와 ‘갈릴레오’레스토랑을 즐겨 찾았고 케네디 센터의 대통령 전용석에서 음악을 감상하곤 했다고 한다. 가끔은 베네만 사무총장의 집에서 모이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 모임을 ‘소녀들의 밤 외출’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관계를 아는 워싱턴의 영국 대사관은 지난해 당시 라이스 안보 보좌관의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주면서 마이어스를 초대했다.
올해 라이스 장관이 유엔으로 자리를 옮기는 베네만 전 농업장관의 환송 파티를 열었을 때 마이어스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인 네이던 헥트 텍사스 주 대법관과 함께 참석했다. 이 파티에서는 칼 로브 대통령 비서실 차장,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친분이 새삼스럽게 관심을 끄는 것은 3인방 가운데 마이어스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앞두고 같은 편으로 여겼던 보수 세력으로부터 보수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어스의 대법관 지명에 라이스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은 마이어스 지명자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10일엔 마이어스 지명자가 관여하던 텍사스주 댈러스의 법률회사가 1999년 한 회계 회사의 고객들이 국세청 벌금을 회피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모두 2,78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사실이 상원 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마이어스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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