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지진의 참사를 겪은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 대한 강대국들의 구호 지원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쓰나미로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쑥대밭이 됐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신속한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발 빠른 대응 속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국제적 지원 약속의 일성을 울렸다. 뉴욕 타임스는 10일 “쓰나미 원조에 늑장 대응한 미국이 이번에는 신속하게 5,000만 달러의 복구 지원금을 약속했다”며 “이번 지원은 오사마 빈 라덴 체포와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달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파키스탄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늑장 대응 비난 여론 때문에 대단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빈 라덴 조직원을 사냥하는 지역인 파키스탄에 헬리콥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원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8일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협력해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돕겠다”며 신속한 구조지원을 다짐한 후 모하마드 사디크 주미 파키스탄 부대사를 백악관으로 불러 위로하는 성의를 보였다.
미국은 수송기 2대를 보낸 데 이어 수색 구조용 헬리콥터 8대를 비롯해 7명의 긴급 구조팀을 현장에 급파했고 국제개발처를 통해 100만 달러의 구호기금을 적십자사에 기부했다.
1947년 8월까지 파키스탄을 식민지배했던 영국은 이번 기회를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에 활용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 7월 런던 연쇄 폭탄 테러의 범인들이 파키스탄 이슬람 학교에서 극단주의 교육을 받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양국의 관계는 싸늘해졌다.
그러나 영국 거주 무슬림 인구 160여만 명 중 절반이 파키스탄 출신인 데다 이들 중 절반이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를 입은 카슈미르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내의 모금운동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원금 17만7,000달러를 비롯해 구조ㆍ의학팀 60명을 파견했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도 재해 대처에 능숙한 해안경비대 특수 인력 등 50명으로 구성한 긴급 구조팀과 22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보냈다. 지진의 피해를 입은 인도도 지원 의사를 전달, 카슈미르 평화 회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의 쿠웨이트는 현재까지 최대인 1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